성추행 의혹 고은 시인, 징계 직전 작가회의 상임고문직 내려놓는다

입력 2018-02-23 07:27 수정 2018-02-23 07:40
사진=국민일보 DB

‘미투’ 운동을 통해 성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고은 시인이 이사회가 소집되기 직전 한국작가회의 상임고문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작가회의는 다음달 10일 이사회를 열고 징계안을 상정한다고 밝혔었다.

한국작가회의는 22일 고은 재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고은 시인이 상임고문을 비롯한 모든 직을 내려놓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전했다.

이는 작가회의가 앞서 “3월10일 이사회를 소집해 ‘미투’운동 속에서 실명이 거론된 고은, 이윤택 회원의 징계안을 상정 및 처리한다”고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작가회의를 탈퇴할 것인지 여부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또 최근 불거진 성추행 의혹과도 관련해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온라인 곳곳에서 “입장 표명이 먼저 아니냐” “공식 사과를 해야 한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고은 시인은 지난 6일 최영미 시인의 JTBC 뉴스룸 인터뷰 이후 성추행 가해자로 추정되고 있다. 이날 최 시인은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폭로하면서 최근 ‘황해문화’ 겨울호를 통해 발표한 작품 ‘괴물’에 등장한 인물이 실제 존재하는 원로시인이라고 밝혔다. 인터뷰 당시 최 시인은 실명은 언급하진 않았지만 온라인 곳곳에선 ‘고은 시인’이라는 주장이 이어졌다.

논란이 불거진 지 보름이 넘었지만 고은 시인은 이렇다할 입장을 전하지 않고 있다. 공식 사과도 없는 상태다. 결국 최 시인은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때가 되면 ‘괴물'의 모델이 된 원로시인의 실명을 확인해주고, 내가 목격한 괴물의 (유부녀 편집자를 괴롭히던) 성폭력에 대해 말할 생각”이라며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을 원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고은 시인은 1974년 작가회의의 전신인 자유실천문인협의회를 설립할 당시 핵심역할을 했으며 최근까지 상임고문으로 작가회의 활동에 여러 조언을 해왔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