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선배’ vs ‘해피 재팬’… 컬링 김은정-후지사와 운명 건 리턴매치

입력 2018-02-23 07:16
한국팀 스킵 김은정과 일본팀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

한국 여자 컬링이 일본과 운명을 건 ‘리턴 매치’를 치른다. 세계랭킹 1~5위 팀을 모조리 격파하고 사상 첫 올림픽 메달에 도전하는 여자 컬링팀 ‘팀킴’은 예선에서 유일한 패배를 안긴 일본(6위)과 재격돌한다.

김은정(28) 스킵(주장)이 이끄는 한국은 후지사와 사츠키(27) 스킵의 일본과 23일 오후 8시 5분 강릉 컬링센터에서 결승행을 가린다.

세계랭킹 8위 한국은 예선에서 1~5위인 캐나다, 스웨덴, 스위스, 영국, 스웨덴을 모조리 쓸어버리며 7연승 포함 8승1패를 기록하고 1위로 4강에 올랐다. 한국은 지난 15일 일본과의 예선 2차전에서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펼치다 5대 7로 역전패했다. 일본은 한국을 꺾으며 초반 3연승을 달리다가 후반에 고전하며 5승4패(4위)로 힘겹게 준결승 무대를 밟았다.

상대 전적은 한국이 11승7패로 우세고 최근 3연승 포함 2017년에는 5번 만나 4승1패로 앞선다. 하지만 예선전 당시 의욕을 앞세우다 역효과가 났다. 7엔드까지 5-3으로 앞섰지만 8엔드부터 집중력 저하로 4점을 내주고 무너졌다. 한국 스킵(주장) 김은정이 승부처에서 한두 차례 샷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의 샷 성공률은 67%로 일본(79%)보다 크게 떨어졌다.

예선 한·일전은 창과 방패의 맞대결 양상이었다. 한국은 주로 공격적인 전술을 폈다. 2경기 중반까지 일본의 방어용 스톤 사이를 관통하는 정교한 샷으로 점수를 따냈다. 반면 일본은 치밀한 수비 전략을 펼쳤다. 승부처였던 8∼10엔드에는 첫 스톤을 모두 방어용으로 던졌다. 한국은 이 방어벽에 막혀 하우스 안에 자리잡은 일본의 스톤을 제대로 쳐내지 못했다.

한국팀 스킵 김은정

일본팀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

양 팀의 준결승전은 각 스킵의 샷에서 승부가 갈릴 전망이다. 큰 안경을 쓰고 무표정한 얼굴로 “영미”를 외쳐 국민 스타가 된 ‘안경 선배’ 김은정과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아 ‘해피 재팬’으로 불리는 스킵 후지사와 사츠키(27)의 맞대결이다. 후지사와는 예선 한·일전에서 성공률 76%(테이크아웃 67%)의 정교한 샷과 귀여운 외모로 주목받았다. 당시 김은정은 경기 막판 실수로 흔들리며 샷 성공률이 60%(테이크아웃 47%)에 그쳤다.

이후 심기일전한 김은정 샷은 점점 정확해 졌다. 예선전 샷 성공률 78%로 스킵 중 스웨덴 안나 하셀보리(29)에 이어 전체 2위다. 그는 21일 11대 2로 완승을 거둔 러시아 출신 올림픽 선수(OAR)와의 경기에서 98%(테이크아웃 100%)로 완벽에 가까운 샷 성공률을 보였다. 같은 날 덴마크와의 예선 최종전에서도 성공률 80%(테이크아웃 96%)를 기록해 절정의 기량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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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대표팀 김민정 감독은 “상대는 (스톤을) 잘 숨겨놓고 붙여놓으면서 때리는 것으로 승부를 본다. 결국 정확도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예선전 패배가 좋은 약이 됐다. 특별히 일본이라고 의식하지는 않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