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빙속팀 왜 이러나… 개 식용 비꼬고, 메달 던지고

입력 2018-02-23 06:25

선수단장 “한국 문화 존중한다…
메달건은 세리머니 과정서 사고”
개고기 발언했던 선수도 사과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을 사흘 앞둔 가운데 네덜란드 대표팀이 ‘한국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한 네덜란드 선수가 한국의 개고기 문화를 비꼬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선수들이 던진 대형 메달에 한국인 관객이 맞아 다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했다. 네덜란드 선수단장과 ‘빙속 황제’ 스벤 크라머는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우린 한국 문화를 존중한다. (한국 관객 부상은) 완전히 사고였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논란은 21일 밤에 시작됐다.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동메달을 딴 크라머와 팀 동료 얀 블록휴이센이 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이들은 아무 질문도 받지 못했다. 여자 팀추월에서 금메달을 딴 일본팀의 기자회견이 순서로 먼저였다. 회견장은 일본 기자들로 가득했다. 질문이 하나도 없자 크라머는 “다 일본 기자들이냐”며 불쾌한 기색으로 회견장을 나갔다. 블록휴이센은 불쑥 “이 나라는 개를 더 잘 대접하길 바란다(Please treat dogs better in this country)”는 말을 던지곤 자리를 떴다.

회견장 밖으로 나온 이들은 네덜란드 올림픽위원회 등이 마련한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 행사에 참석했다. 네덜란드 메달리스트들은 이곳에서 특수 제작된 대형 메달을 팬들에게 전달하는 세리머니를 한다. 크라머 등 팀추월 선수 4명은 서로 나눠들어야 할 정도로 무거운 대형 메달을 관객에게 던졌다. 대형 메달에 맞은 30대 여성 A씨는 이마를 다쳐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다른 여성 관객도 현장에서 응급처치를 받았다. 이튿날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크라머와 블록휴이센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한국과 한국인을 가볍게 보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네덜란드 선수단장 예론 비흐(왼쪽)와 홍보담당 존 반 블리엣이 22일 강원도 강릉 라카이샌드파인 리조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남자 팀추월 선수단의 ‘개고기’ 발언, 메달 세리머니 중 발생한 한국인 부상에 대해 사과하고 있다. 강릉=황윤태 기자

예론 비흐 네덜란드 선수단장은 22일 강원도 강릉 휠라글로벌라운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 문화를 매우 존경하며 네덜란드 팀을 대표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크라머 역시 “메달 세리머니를 진행하며 벌어진 사고였고, 사고 이후 피해 여성들을 만나 괜찮다는 것을 확인했다.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는 평창과 강릉이 마치 집처럼 느껴진다며 “한국에 상당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다”고도 했다.

기자회견에 불참한 블록휴이센은 메달수여식에 모습을 드러냈고,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에서 사과했다. 그는 어두운 표정으로 “동물과 동물 복지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표현하려던 것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은 스포츠를 위한 곳인데 발언 장소와 시기가 잘못됐다”며 “불쾌감을 줬다면 미안하다”고 했다.

강릉=양민철 황윤태 방극렬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