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왜 김영철을 평창 폐막식에 보낼까

입력 2018-02-22 16:51 수정 2018-02-22 16:56
뉴시스

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김영철(72·사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했다. 지난 11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 등 고위급 대표단이 복귀한 지 2주 만이다.

통일부는 22일 “북한이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을 통해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파견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은 김 부위원장 외에 리선권 조국평화위원회 위원장과 수행원 6명으로 꾸려졌다. 이들은 경의선 육로를 통해 방남할 예정이다.

군부 강경파로 분류되는 김 부위원장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건과 연평도 포격 사건 등 각종 대남 도발의 배후로 알려졌다. 미국의 독자제재 대상이자 한국의 금융제재 대상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2016년 북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관여한 개인 40명과 단체 30곳을 금융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며 김 부위원장을 명단에 포함했다.

방남 자체로 논란이 일 수 있는 김 부위원장을 대표단으로 파견한 건 그만큼 남북 관계 개선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김 부위원장은 2014년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양건 전 북한 노동당 대남비서의 후임으로 통일전선부장을 겸하고 있다. 통일전선부는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북한의 정보기관이다.

미국과의 대화 가능성이 차단된 상황에서 북한이 고위급대표단을 재파견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북미가 폐막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하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에 필요한 여건 중 하나인 북미 대화를 성사시키는 데 긍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문 대통령은 자연스러운 기회에 북한 대표단을 만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다. 북한 대표단이 폐막식 이후에도 이틀간 더 체류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직 일정이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 “남북관계 발전이나 한반도 평화, 화해를 위한 그런 논의들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북미 간 별도 회동을 주선하는 노력은 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번 펜스 미 부통령 방한과 김여정 방남 때 북미 간 접촉 시도가 있었고, 그 과정에서 두 나라의 상호 현재 상황에 대해 인식을 하고 돌아갔기 때문에 당장 (그런 만남을) 만들어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여정 1부부장은 지난 10일 비밀리에 회담을 갖기로 했지만 북한 측이 회담 직전 이를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부위원장이 천안함 사건의 배후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북측이 폐회식 대표단이라고 하니 일단은 그렇게 해석을 한다”며 “천안함 사건 뒤 조사를 했을 때도 그 주역이 누구였는지는 조사결과 발표에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김 부위원장이 미국과 우리나라의 제재대상이라는 점에 대해서도 “올림픽 성공을 위해 폐막식에 참석하는 것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이번 북한 대표단을 받아들일 예정”이라며 “미국과도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