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고위급 대표단을 보낸다고 통보하면서 개막식 때 무산된 북·미 회담이 이번에는 성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하지만 앞서 북·미 대화를 중개한 것으로 전해진 정부는 “이번에는 그런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북한은 22일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의 통지문에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남측에 보내겠다고 통보했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앞서 미국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선임고문이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23일부터 3박4일 일정으로 방한한다고 밝혔다.
25일과 26일, 북한과 미국 대표단의 방한이 겹치기에 개막식 때 무산된 북·미 대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앞서 개막식에는 북한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특사자격으로 방남한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이, 미국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해 북·미 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만남을 제안한 북한 측이 펜스 부통령의 강경 행보에 불만을 나타내며 회담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청와대 관계자는 폐막식 때도 이방카 선임고문과 김 부위원장의 물밑 접촉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방카 선임고문과 김영철 부위원장이 폐막식에서 (동선이) 겹치게 될 것”이라면서도 “공식적으로 (북·미가) 만날 기회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관계자는 “두 사람이 만나는 것 자체가 약간 어색하다”며 “둘 다 만날 계획이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이미 지난번 한 번 만남을 시도했었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두 나라가 서로 현재 상황을 인식했기 때문에 당장 대화를 만들어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폐막식에 참석하는 북한과 미국의 대표단 구성도 북·미 대화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북측은 대남통인 김 부위원장과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2명이 대표단으로 오고 이들을 수행하기 위해 6명이 추가로 온다. 미국 대표단에는 이방카 선임고문 외에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제임스 리시 상원의원,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사령관, 마크 내퍼 주한 미국대사 대리, 전 봅슬레이 국가대표 선수이자 현역 군인인 쇼나 로복이 포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폐막식 참석이 목적이기 때문에 북·미 대화를 염두에 두고 대표단을 구성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