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팀추월 경기 후 기념 행사 자리에서 ‘상패’를 던져 한국인 여성 두 명을 다치게 한 네덜란드 스벤 크라머(Sven Kramer·31) 선수가 사과했다.
크라머는 “안녕하세요, 한국 팬 여러분”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어 사과문을 22일 인스타그램에 게재했다. 그는 “어제 저녁 하이네켄 하우스에서 부상당한 팬분들께 우리팀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네덜란드 빙상팀과 저를 응원하러 오셨는데 불미스러운 사고가 생겨 죄송하다”고 했다. 이어 “부상당한 분들의 쾌유를 빈다”며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크라머가 속한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은 21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팀추월 경기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강릉 라카이 리조트 ‘홀란드 하이네켄 하우스’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상패를 받다가 이를 관객석에 던져 한국인 여성 두명이 다쳤다. 상패는 행사 주최측인 네덜란드 올림픽 위원회에서 제작한 것으로 메달을 본따 만든 커다란 원형판이다.
부상입은 여성 중 한 명은 코가 살짝 긁히는 정도였지만 다른 한 명은 이마에서 피가 심하게 나는 등 크게 다쳤다. 이 여성은 행사장에서 곧바로 응급실로 이송됐다가 치료 후 귀가했다. 당시 여성이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사건의 정황을 올려 다른 커뮤니티와 SNS로 확산됐다. 이를 보고 분노한 네티즌들이 크라머의 인스타그램에 찾아가 “당장 사과해라”라며 댓글을 남겼다.
크라머는 사과문을 올린 날 오후 강릉 라카이 샌드파인 휠라 라운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불미스러운 일에 대해 사과하고 싶다”며 “한국어 사과문은 번역기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 작성했다”고 밝혔다. 팀추월 동료 주자 얀 블록휴이센(28)의 한국 ‘개 식용 문화’ 언급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크리머는 “블록휴이센의 발언은 상의되지 않은 것”이라며 “네덜란드와 우리 대표팀을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했다. 블록휴이센은 네덜란드 팀추월 팀이 동메달을 딴 당일 기자회견장에서 “한국 개들 좀 잘 다뤄주길 바란다”라고 말해 구설에 올랐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