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보내겠다고 통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이 평창올림픽 폐막식에 미 정부 대표단 단장으로 방한하는 가운데, 개막식 때 무산된 북·미 접촉이 폐막식에서는 이뤄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북한은 22일 오전 남북고위급회담 북측 단장 명의 통지문에서 김 부위원장을 단장으로 하는 북한 고위급 대표단을 25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남측에 보내겠다고 통보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평창 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특사 자격으로 파견한 데 이어, 폐막식에는 김 부위원장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북한의 대남 정책 총책임자로 1989년부터 군부에서 대남 업무에 본격 관여하며 남북 군사회담 대표로 나섰다. 대남협상 경험이 풍부하고 강온전략을 넘나드는 ‘야누스’에 비유되기도 한다. 김 부위원장은 김 위원장이 김일성군사종합대에 다니던 시절 개인 교습을 해주며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인 2009년 대남 공작을 총괄하는 정찰총국장 자리에 올라 김 위원장이 권력을 잡은 이듬해인 2012년 대장으로 승진했다. 2010년 천안함 사건의 배후로 알려지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딸이자 트럼프행정부의 ‘실세’로 손꼽히는 이방카 선임고문 역시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을 위해 방한해 북·미 접촉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앞서 개막식 때는 북한에선 김 제1부부장이, 미국에선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참석해 북·미 회담을 위한 물밑 접촉이 있었지만 북한의 막판 취소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만남을 제안한 북한 측이 펜스 부통령의 강경 행보에 불만을 나타내며 회담을 취소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폐막식 때도 북·미 접촉이 쉽진 않을 거란 전망이다. 이방카 선임고문은 이번 방한에서 북한 문제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백악관 관리들은 21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전화브리핑에서 “이방카 고문은 북한에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 없다”며 올림픽을 무사히 치러낸 한국을 축하하고 한·미 동맹을 재확인 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개막식에서의 만남을 거절했던 북한이 폐막식에 김 부위원장을 보내기로 하면서 다시 북·미 접촉을 시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가능하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