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묵은 논란 ‘사형’… 62번째 사형수 이영학은 사형될까

입력 2018-02-22 14:05 수정 2018-02-22 15:07
62번째 사형수 이영학. 뉴시스

일명 ‘어금니 아빠’ 이영학(36)이 62번째 사형수가 될 상황에 놓였다. 여중생 딸 친구를 유인·추행한 뒤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벌을 1심 재판에서 법정최고형인 ‘사형’으로 받았다. 이 판결이 확정되면 그는 62번째 사형수가 된다.

하지만 사형이 확정되더라도 실제 집행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법무부 등에 따르면 현재 61명이 사형 확정 판결을 받아 집행대기 중이다. 국제앰네스티는 사형을 10년 이상 집행하지 않은 국가를 실질적 사형제폐지국으로 분류 하고 있다. 한국도 그 중 하나다.

국민은 참담한 사건을 저지르고도 일말의 죄의식 없는 이씨를 보며 “구형만 하지 말고 집행을 해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가볍게 접근할 사항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사형 집행 여부’는 수 십 년간 이어져 온 오랜 논쟁거리다.

◇ 마지막 사형은 1997년…사형제 폐지 주장 거세

법원은 계속해서 ‘사형’판결을 내리고는 있으나 실제 사형집행은 1997년 김영삼 정부 시절이 마지막이다. 사실상 ‘사형제 폐지국’인 셈이다.

‘사형 집행’은 끊임없는 찬반 논란 중심에 서 있다. 1997년 12월 30일 사형수 23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후 ‘교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된 흉악범 유영철, 강호순 등 연쇄살인범에게 사형이 선고되기는 했으나 여전히 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지금 이영학에게 쏟아지는 비난처럼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늘 사형제 부활 논의가 있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자는 ‘합법적으로 죽여 없애자’는 논리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사형 집행을 부활하자는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사형을 반대하는 이유 그 중심에는 ‘인간 생명 존엄성’이 있다. 이것을 바탕에 두고 과연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예방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사형제가 과연 정당한지 여부가 주된 논쟁거리다.

사형제가 흉악범죄를 없앨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주장이 있다. 흉악범죄의 경우 사전에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들키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사형이 집행되는 것과 사건 발생은 별개라는 것이다.

또 사형제가 정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오심 가능성 때문이다. 한국의 경우 1995년부터 2012년 5월까지 재판을 받은 강력범죄 사건 중 1심에서 유죄가 나온 것이 2심에서 무죄로 바뀐 경우가 무려 540건에 이른다.

사형은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이다. 이런 위험을 감수하고 “인간이 인간의 목숨을 빼앗는 것이 정당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다.

◇ ‘어금니 아빠’ 이영학은 ‘사형’ 당할까

이영학의 경우 역시 사형집행이 될지는 미지수다.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다.

국제사회에서도 사형 폐지가 지배적인 흐름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사형을 완전히 또는 실질적으로 폐지하고 있는 국가는 유럽 등 선진국을 포함해 140개 국가다. 전체 3분의 2가 넘는 셈이다. 미국은 선진국 중 예외적으로 사형제가 존재하지만 사형제를 폐지한 주가 점차 늘고 있다.

2007년 12월 유엔총회에서는 ‘사형 폐지를 위한 글로벌 집행유예 결의안’이 채택되기도 했다. 세계에서 1년에 10명 이상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는 중국, 이란, 사우디, 이라크, 미국, 수단, 예멘, 이집트, 소말리아, 요르단 정도다.

◇ 국민은 ‘사형집행 부활’ 원하지만, 전문가는 다르다

2015년에 한국갤럽이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1명에게 사형제 존폐를 물었다. 절반 이상인 63%가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27%는 ‘폐지해야 한다’고 봤고 10%는 의견을 유보했다. 성, 연령, 지역 등 모든 응답자 특성별로 ‘사형제 유지’ 응답이 ‘폐지’보다 많았다.

아직까지 여론은 사형 존치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전문가와 국회 의견은 다르다.

2015년에 변호사들은 사형제 폐지에 47%가 찬성했다. 2009년에는 형사법 교수 132명이 사형폐지 성명을 냈다. 17대 국회와 19대 국회에서는 절반이 넘는 국회의원이 사형제 폐지 법안에 서명했다. 2010년에는 한나라당 10명이 사형폐지 법안을 내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과 2010년 사형제 합헌 판결을 내렸지만 1996년에는 7:2, 2010년에는 5:4가 나왔다. 사실상 위헌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분석도 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