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성 기관지 내시경’은 호흡기질환 진단에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기구다. 하지만 소아청소년 폐결핵 진단에 사용하고 있지 않으며, 그런 만큼 진단가치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상태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윤종서(사진 왼쪽)·이혜진(오른쪽) 교수팀은 이를 검증하기 위해 2006년 4월부터 2016년 3월말까지 10년간 폐결핵 의심 증상으로 방문한 만 18세 미만 청소년 환자 15명을 대상으로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의 40%인 6명만이 활동성 폐결핵으로 최종 확진됐다. 또 X-선 검사상 결핵균 감염이 의심스러웠던 환자가 내시경 검사 후 폐결핵이 아닌 것으로 최종 확진되는 사례도 1건 있었다. 이는 의심 증상을 위주로 진단을 하는 문진이나 객담검사만으로는 청소년 폐결핵 진단이 완전치 않을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도 지금까지 국내 의료기관에서는 폐결핵이 의심되는 소아청소년 환자가 내원할 경우 주 증상과 X-선 등 영상의학검사 소견 등 임상적 판단에 의존하여 항 결핵 치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전통적으로 결핵 진단에 가장 흔히 사용되는 객담도말검사는 소아청소년 환자가객담을 배출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어려움이 크고, 결핵균을 검출 할 수 있는 민감도 역시 50~60%로 낮은 것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결핵균 배양검사에 1~2개월 정도 걸려 치료 대기시간이 지연되는 문제점도 있다.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을 이용한 폐결핵 진단검사는 이 같은 문제점들을 일거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굴곡성 기관지 내시경은 유리섬유에 스테인리스 망과 합성수지를 입혀 만든 구조로 약 310도의 상하 굴곡이 가능해 소아의 하부기도까지 도달이 용이하다. 따라서 기관지 내 병변이 의심되는 부위에 생리 식염수를 주입하고 내시경으로 흡입한 기관지 세척액을 검체로 수집하여 기존 검사법 대비 빠르게 진단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윤 교수는 “굴곡 기관지 내시경술은 전신 마취 없이 낮은 단계의 진정 마취로 검사가 가능하고, 합병증 발생이 적으며, 간단한 시술로 폐결핵을 확진 할 수 있으므로, 소아청소년 폐결핵 의심 환자에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구결과는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발행하는 영문판 학술지 ‘AARD’ 최근호에 게재됐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