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고발자로 나선 연극배우 겸 연출가이자 청주대 연극학과 겸임교수인 오동식씨가 과거 자신의 제자와 후배를 폭행한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오씨가 이윤택 연극 연출가의 성추행·성폭행 폭로 글을 올린 후 오씨 역시 ‘폭행 가해자’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오씨는 “나의 스승 이윤택을 고발한다. 선배와 동료를 배신하고 후배에게 등을 돌린 나는 개XX”라며 장문의 글을 21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오씨는 이씨가 성폭력 피해자들에게 미안해하는 기색 하나 없이 오히려 그들을 비난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으며 기자회견 리허설까지 준비했다고 주장했다.
오씨의 글은 게시된 지 하루 만에 약 8000개의 ‘좋아요’를 받으며 확산됐다. 네티즌 대부분은 오씨의 용기있는 발언에 지지를 보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오씨 역시 연극계에서 약자를 외면하거나 괴롭혔던 가해자라는 내용의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다.
오씨의 폭로글에 등장한 ‘1년 전 이윤택을 고발했던 후배’가 직접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오씨는 폭로글에서 한 연극계 후배의 한글 이니셜을 밝히며 “이 후배가 1년 전 이윤택을 고발했고 극단 대표의 타협과 권유에 사건이 커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본인을 “1년 전 글을 쓰고, 그 글을 내린 사람”이라고 소개한 A씨는 “오랜만이다, 오빠. 글을 보며 마음이 너무 복잡해져서 할 말이 없다”며 “이 글을 쓴 이유가 혼자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나도 들었던, 오빠가 저지른 잘못들에 대해서도 언젠가 털어놓고 사과하면 좋겠다”며 “이윤택도 개XX지만 그 시간에 있었던 나와 오빠, 우리 모두 다 개XX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연극계 관계자 B씨는 “최근까지만 해도 자신보다 약한 위치에 있는 여자 조연출의 명치를 때리며 욕설을 퍼부은 사람이 정의로운 내부 고발자가 됐다”는 내용의 글을 같은 날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B씨의 한 팔로어는 “멀리서 지켜만 봤는데 동감한다”며 “국립극단의 한 작품 작업 중 여성 조연출을 폭행한 사람이 양심선언이라니…”라고 했다.
B씨가 언급한 조연출로 추정되는 원선혜씨도 페이스북에 글을 게재했다. 원씨는 “공연 중 기계에 문제가 생기자 연출이 당시 조연출인 내게 심한 욕설을 했다”며 “주먹으로 내 명치를 밀치고 다른 사람들이 말리자 발길질을 했다. 다행히 맞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원씨는 오씨 실명을 언급하지 않았지만 네티즌들은 “정황상 오씨가 확실하다”며 의혹을 증폭시켰다. 또 한 네티즌은 “오씨가 술자리에서 제자를 개처럼 길거리로 끌고 가 의자로 내려치고 발로 짓밟았다”며 “폭행당한 친구는 얼굴이 멍들고 함몰되기 직전일 정도로 맞았다”는 글을 남겼다. 오씨가 “배우 조민기에게 성추행을 당한 학생들이 울며 도움을 요청했을 때 외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오씨는 의혹을 해명해 달라는 댓글이 연이어 달리자 글을 다시 게재해 사과했다. 오씨는 “원씨 사건에 대해 사과한다”라며 “폭언과 폭력적인 행동을 보인 것은 내 잘못이다”라고 말했다. 오씨는 또 “청주대 졸업생에게 폭력을 가한 것도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일로 고소를 당해 조사도 받았다. 그 후 직접 만나 사과했고 용서를 구했다”며 “졸업생이 용서해 합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1월, 강의를 그만두겠다는 입장을 학교에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여전히 “위선적이다” “이윤택의 기자회견 리허설과 다를 게 없다”는 비난 댓글이 달리는 상황이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