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약 돋보이는 남녀 쇼트트랙 고참들
‘맏언니’ 김아랑 팀 분위기 추슬러
3000m 계주 결승서 추격 발판 마련
‘맏형’ 곽윤기 어린 후배들 챙겨
5000m 계주 결승서 진면목 보일 듯
“4년 전 소치 동계올림픽 시상대에 올랐을 때의 그 기분을 동생들도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었다.”(여자 3000m 계주 금메달 획득 후 김아랑)
“지금처럼 남자 대표팀 분위기가 좋으면 세계 정상에 설 수 있을 것 같다.”(남자 5000m 계주 결승 진출 후 곽윤기)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종반부에 접어든 가운데 남녀 쇼트트랙 고참들의 품격이 잔잔한 감동을 전하고 있다. 권위를 내려놓고 소통 리더십으로 팀워크를 다지는 김아랑(23)과 곽윤기(30)는 남녀 쇼트트랙 대표팀의 ‘금빛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여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언니 김아랑은 20일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 훈련한 것, 고생한 것, 힘들었던 것이 생각나 울었다”며 “후배들이 잘 따라와 준 게 기특하고 고마워서, 그리고 나도 수고했다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자꾸 났다”고 눈물의 의미를 설명했다.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여자 3000m 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냈던 김아랑은 심석희(21) 최민정(20)과 함께 개인종목 출전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 심석희, 최민정에 비해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맏언니’ 김아랑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빛을 발했다. 평창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코치의 구타 사건이 터지자 김아랑은 심석희를 챙기면서 어수선해진 대표팀 분위기를 추슬렀다. 1500m 결승에서 4위에 그쳤지만 환하게 웃으며 금메달을 따낸 최민정을 축하해 줬다.
김아랑은 맏언니의 리더십뿐 아니라 실력으로도 제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3000m 계주 결승에서 최민정이 다른 선수들을 추격하지 못하자 6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에서 속도를 높여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맏형 곽윤기는 분위기 메이커다. 임효준(22) 황대헌(19) 등 어린 후배들의 장난도 스스럼없이 잘 받아준다. 남자 대표팀의 경우 이번에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곽윤기 외에 다른 선수들은 이번이 첫 올림픽 무대다. 곽윤기의 올림픽 출전 경험은 후배들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곽윤기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남자 5000m 계주에서 마지막 주자로 나서 막판 뒤집기로 은메달을 따내며 스타로 떠올랐다. 하지만 부상 때문에 소치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고, 남자 대표팀의 ‘노 메달’ 수모를 지켜봐야 했다. 이 때문에 임효준이 남자 1500m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누구보다 기뻐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4위를 기록한 곽윤기는 개인전에 출전하지 않고 5000m 계주에만 나선다. 그의 진가는 계주에서 발휘될 전망이다. 5000m 계주에선 단거리에 강한 선수가 필요한데, 곽윤기는 단거리 강자다. 경험도 무시 못한다. 남자 5000m 계주 결승은 22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다.
강릉=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