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지 23년 만에 통영으로
부인 이수자 여사 요청에 獨 베를린시장 최종 승인
25일쯤 한국 도착할 듯… 국제음악당 뒤편에 이장
작곡가 윤이상(1917∼1995·사진) 선생이 고국을 떠난 지 49년 만에 유해가 되어 고향 통영으로 돌아온다. 머나먼 타국에서 숨진 지 23년 만이다. 부인 이수자(91) 여사의 간곡한 요청에 따른 것이다.
경남 통영시는 윤 선생의 유해가 안장돼 있는 독일의 가토우 공원묘지를 관장하는 미하엘 뮐러 베를린시장이 최근 선생의 유해를 한국으로 이장하는 것을 최종 승인했다고 21일 밝혔다. 23일(현지시간) 선생의 딸 윤정(67)씨 등 유족이 참석한 가운데 가토우 공원묘지에서 개장식을 가진 후 25일쯤 유해를 한국으로 옮겨올 것으로 보인다.
통영시는 윤 선생이 생전에 ‘고향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고 자주 되뇌었던 점을 고려해 한산도 앞바다와 섬이 한눈에 보이는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공터에 묘소를 마련할 계획이다.
공식 이장식은 ‘귀향(歸鄕)’을 주제로 한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다음 달 30일쯤 진행될 예정이다. 통영시는 베를린시 측의 협조로 차질 없이 이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선생의 유해 귀향은 선생의 부인인 이 여사가 “남편의 유해가 고향으로 이장돼 제가 죽어서라도 남편과 함께 있도록 간절히 요청한다”는 눈물어린 친필 서한을 베를린시장에게 보내면서 본격화됐다.
윤 선생은 1960년대부터 독일에 체류하며 베를린 음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1972년 뮌헨 올림픽 개막 축하행사 무대에 올린 오페라 ‘심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유럽 평론가들로부터 ‘20세기 중요 작곡가 56인 중 한명’에 선정됐다.
그러나 그는 박정희 정권 때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르는가 하면 재독 간호사였던 ‘통영의 딸’ 신숙자씨 가족의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귀향이 힘들어졌고 결국 타향에서 생을 마쳐야 했다. 윤 선생은 1973년과 1981년, 2006년 3차례에 걸쳐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등 각종 사회문제가 생기면서 번번이 무산됐었다.
윤이상 기념관 관계자는 “생전에 윤 선생은 집 내부에 통영 사진을 걸어놓고 가족들에게도 자주 통영 이야기를 하셨다”며 “돌아가실 때도 ‘내 고향 통영’이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고향에 돌아오기를 원했는데 이제야 그 한이 풀리실 것 같다”고 말했다.
통영=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