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연구팀은 2002년부터 11년 동안 국내 성인 26만5000여명을 추적 조사했다. 대기오염과 자살의 연관성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표본 코호트에 등록된 이들이 대상이었다.
미세먼지와 호흡기 질환의 상관관계는 의학적으로 충분히 입증됐다. 조기 사망률을 크게 높인다는 결론까지 내려진 상태다. 하지만 자살 위험에 미치는 영향은 개연성만 있었을 뿐 실증되지 않은 추론 단계였다. 이 가설을 놓고 10여년간 진행된 연구 결과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이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됐다.
민경복 교수가 이끈 연구팀은 대기오염 지리정보체계를 이용해 조사 대상자의 거주지역별로 미세먼지 이산화질소 이산화황 등 대기오염 물질의 누적 노출 값을 추정했다. 오염물질별 농도에 따라 조사 대상자를 4개 그룹으로 나눈 뒤 각 그룹의 자살 위험을 분석했다.
연구가 진행된 11년 동안 조사 대상자 중 564명(0.2%)이 자살했다. 그 분포는 대기오염 물질 중에서 미세먼지와 밀접한 연관성을 보였다. 연구팀은 미세먼지(PM10)에 가장 많이 노출된 그룹의 자살 위험이 가장 적게 노출된 그룹보다 4.03배나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이산화질소와 이산화황은 자살 위험을 각각 1.65배, 1.52배 상승시켰다.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은 심리 상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신체 질환이 정신건강에도 큰 영향을 자살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호흡기를 통해 인체로 유입되는 대기오염물질이 체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사이토킨 단백질을 활성화하고, 이게 전신 염증 및 후속 산화 스트레스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특히 도시에 거주하고 신체·정신적 질환을 가진 경우 자살 위험이 더 높아지는 경향도 관찰됐다.
민경복 교수는 “실제로 자살을 생각했거나 시도한 사람들은 염증성 사이토킨의 수치가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요인이 심리적 문제의 발생이나 자살 시도로 이어질 위험성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