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조민기(53·사진)씨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들의 폭로가 이어지면서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조씨는 전날 “명백한 루머”라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지만 청주대 연극학과 졸업생들은 오히려 구체적인 성추행을 폭로하면서 ‘거짓 해명’이라고 반박했다. 경찰은 21일 조씨의 성추행 의혹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연극학과 졸업생이라고 밝힌 신인배우 송하늘은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수많은 학교 선후배들이 지난 수년간 겪어내야만 했던 모든 일들은 피해자 없이 떠도는 루머가 아니고 불특정 세력의 음모로 조작된 일도 아니다”고 밝혔다. 2013년 대학에 입학한 송씨는 “학과 내에서 조민기 교수의 성추행은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배우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조 교수는 절대적인 권력이었고 큰 벽이었기에 그 누구도 항의하거나 고발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송씨는 조씨가 수년간 오피스텔이나 노래방 등에서 여학생들을 상대로 강제로 신체 접촉을 하고 성희롱했다고 주장했다. 송씨는 “조 교수는 청주에 수업하러 오는 날 밤이면 자신의 오피스텔로 여학생들을 불러 술을 마셨고 자고 가라는 말까지 했다”며 “억지로 침대 위에 눕게 했고 배 위에 올라타서 얼굴에 로션을 발라주기도 했다”고 전했다. 송씨는 또 남자친구와 함께 조민기의 오피스텔로 불려갔을 때의 상황도 전했다. 그는 “남자친구는 술이 약해 그 자리에서 먼저 잠이 들었고 저는 혼자 그 상황을 버텨야 했다. 저를 침대 곁으로 부르더니 홱 가슴을 만졌다. 당황해서 몸을 빼자 ‘생각보다 작다’며 웃어 넘기려 했다. 다음날 학교에서 마주친 조민기 교수는 아무일 없었다는 듯 저를 대했다”고 밝혔다.
송씨와 대학 동기로 알려진 신인 배우 A씨도 대학 홈페이지 게시판에 “입학 당시부터 이미 재학생들 사이에서는 조민기 교수가 성추행을 일삼는다는 소문이 퍼져있었다”며 “워크숍이나 오디션에 대한 대화를 명분으로 자신의 오피스텔로 학생들을 자주 불렀다”는 글을 올렸다. A씨는 “조 교수는 오피스텔에서 제 옷 속에 손을 넣은 채로 잠들기도 했다”며 “재학생들이 여러 명이 있는 술자리에서도 입맞춤을 하고 허벅지를 만지는 등의 행동은 부지기수였다”고 밝혔다.
충북지방경찰청은 이날 “조씨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단계”라며 “혐의가 드러나면 바로 수사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씨의 소속사 윌엔터테인먼트는 공식입장을 내고 “지속해서 이어지는 조민기에 대한 성추행 관련 증언들에 대해 소속사는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며 “앞으로 진행될 경찰 조사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소속사는 또 출연 예정이던 OCN 드라마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는 하차한다고 밝혔다. 조민기는 ‘작은 신의 아이들’에서 지지율 2위의 대통령 후보 국한주를 연기할 예정이었다.
조씨는 "내 딸이랑 동갑이니까 친구하라고 했던 애들한테 제가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성추행 의혹을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2010년 3월부터 청주대 연극학과 부교수로 재직했으며 학생들의 성추행 신고로 인해 징계위원회에 회부돼 3개월 정직 징계를 받았으나 사표를 낸 상태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