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최국 스캔들’로 번진 팀추월 파문… 평화올림픽에 찬물

입력 2018-02-21 20:40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 노선영(왼쪽)이 지난달 29일 훈련을 하기 위해 밥 데 용 코치와 함께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팀에서 불거진 ‘왕따 스캔들’이 평창 동계올림픽 열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올림픽 개최국의 선수단이 진실 공방까지 벌이며 보이는 추태에 외신도 큰 관심을 보이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올림픽 전문매체 인사이드더게임즈의 기자는 21일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리조트 내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일일 브리핑에서 “한국 팀추월 대표팀 사태와 관련해 IOC가 발표할 만한 공식 코멘트나 대응책이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마크 애덤스 IOC 대변인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이나 대한체육회가 조사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USA투데이는 “왕따(bullying) 스캔들이 평창올림픽을 강타했고,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대표팀을 흔들고 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청원은 이날 오후 50만건을 넘어섰다. 답변 대기중인 청와대 청원 가운데 가장 많은 숫자다.

백철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감독(오른쪽)이 20일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 내 기자회견장에서 평창 동계올림픽 여자 팀추월 경기로 불거진 '왕따 스캔들'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옆에 있는 김보름은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지난 19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 경기에서 김보름(25) 박지우(20)는 뒤쪽의 노선영(29)과 멀찌감치 떨어진 채 따로 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7위를 기록해 준결승 진출에 실패한 이후 인터뷰에서는 노선영을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캐나다 더 글로브 앤드 메일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선수들이 동료를 배신하고 괴롭혔다”면서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장면”이라고 비판했다. 뉴욕포스트는 “밥 데 용 한국 대표팀 코치가 울고 있는 노선영을 위로할 때, 한국 선수들 사이에 어떠한 ‘케미스트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꼬집었다. 야후스포츠는 “한국 선수들이 트랙 사이드에서 홀로 울고 있는 동료를 두고 떠났다”고 전했다. BBC는 “김보름과 박지우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동료를 못살게 굴었다”고 묘사했다. 그러면서 김보름의 후원사 네파가 이달 말로 끝나는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힌 걸 함께 보도했다.

좀체 파문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에서 ‘코치진 내부 불화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밥 데 용 코치는 문제가 된 경기 직후 자신의 트위터에 “놀랍지 않다. 나는 우리 대표팀이 7위나 8위에 그칠 것으로 생각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백철기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감독의 발언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백 감독은 전날 가진 해명 기자회견에서 한국 여자 팀추월 대표팀의 목표가 4강 진출이었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논란이 커지자 밥 데 용 코치는 해당 트윗을 삭제했다. 그러나 그가 대표팀의 내부 분란을 알고 있었고 백 감독과도 마찰을 빚은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