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도곡동 땅 매각대금 중 15억, MB에 전달 정황 포착

입력 2018-02-21 20:21

이상은 다스 회장 명의의 은행계좌에 들어있던 서울 도곡동 땅 매각 대금 가운데 2002년부터 5년간 현금으로 인출된 15억원가량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흘러간 정황이 검찰에 포착됐다. 서류상 땅 주인이자 계좌 명의자인 이 회장은 애초부터 대금 처리 권한이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도곡동 땅을 판 돈을 차명으로 보유하면서 최근까지 주머닛돈처럼 꺼내 쓴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검사 신봉수)는 이 전 대통령의 자금관리인인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으로부터 “2008년 BBK 특검에서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을 이 회장이 가져다 썼다고 한 말은 거짓이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21일 전해졌다.

정호영 BBK 특검팀은 도곡동 땅 판매 대금이 예치된 이 회장 계좌에서 2002년 7월부터 2007년 7월까지 매월 1000만∼4000만원씩 모두 15억여원이 현금으로 빠져나간 부분을 조사했다. 이 국장이 자금 인출 및 배달 역할을 맡았다. 이 시기는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을 지내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로 있던 때다.

당시 이 국장은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신한은행 법조타운 지점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해 이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도 특검 조사에서 “평소 현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통상 매월 3000만원을 찾아놓게 했다. 접대와 술값으로 1000만원 정도 사용하고 생활비, 일본을 오가는 경비 등을 감안하면 3000만원도 모자랐다”고 진술했다. 자신이 실제 땅 주인이며, 땅을 판 돈도 모두 본인이 사용했다는 것이었다. 특검도 이를 받아들여 이 전 대통령과 도곡동 땅은 무관하다고 결론 맺었다.

그런데 지금의 검찰은 이 국장 등 관계자 진술과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대금 사용처 자료 분석을 통해 이 회장은 명의 대여자에 불과했던 것으로 의심한다. 매각 대금에 대한 지배권은 이 전 대통령에게 있는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사정 당국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 차명재산에 대한 과거 수사 결과는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상황이 됐다”고 전했다.

문제의 도곡동 땅 3필지(4240㎡)는 이 회장과 이 전 대통령의 처남 김재정(2011년 사망)씨가 1985년 5월 15억6000만원에 공동 매입했다. 이들은 95년 9월 포스코개발에 263억원을 받고 이 땅을 팔았다. 매각 대금은 다스 지분 매입에 약 23억원이 쓰였으며, 다스가 2000년 12월 BBK에 투자한 190억원 중 10억원도 여기서 나왔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다스 전무가 2013년 이 회장 통장에서 10억원가량을 꺼내 쓴 정황을 파악했다. 이 전 대통령이 임기 말 논현동 사저 건물을 증축하면서 도곡동 땅 대금 40여억원으로 비용을 충당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다.

이런 상황을 종합했을 때 도곡동 땅의 진짜 주인은 이 전 대통령이며, 땅 거래로 얻은 차익을 형 앞으로 된 계좌에 넣어 관리하면서 상비금으로 활용했을 개연성이 높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동시에 다스에서 조직적으로 조성된 거액의 비자금 행방을 추적하는 작업도 벌이고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가 이 전 대통령인 것으로 최종 결론나면 이 전 대통령에게 횡령, 탈세 등의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사안이다.

지호일 황인호 기자 blue51@kmib.co.kr 그래픽=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