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는 왜 120억이나 횡령한 경리직원을 해고하지 못했나

입력 2018-02-22 09:00

조모씨는 자동차부품 업체 다스(DAS)의 경리직원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소유주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회사다. 정호영 전 특검은 2008년 이 전 대통령과 관련된 BBK 수사를 하면서 조씨가 다스의 120억원을 횡령한 사실을 발견했다. 다만 조씨의 횡령은 이 전 대통령과 연관성이 없어 특검 수사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사 결과 발표 때도 이 부분은 제외했다.

이후 조씨가 횡령한 120억원이 다스의 비자금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정 전 특검은 이를 알고도 덮었다는 혐의로 지난해 12월 고발당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돈과 관련해 경영진의 조직적 개입은 확인할 수 없었다”며 120억원은 조씨 개인 횡령으로 결론지었다. 120억원은 다스의 비자금이 아니라는 정 전 특검의 결론과 같다.

그럼에도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120억원이나 횡령한 조씨가 아직도 다스에서 일하고 있기 때문이다. 120억원이 다스 비자금이 아니라면 다스는 왜 거액의 회삿돈을 가로챈 조씨를 계속 고용하고 있을까. 더군다나 다스는 조씨에 대한 처벌불원서까지 검찰에 제출했다. ‘120억원 개인횡령’과 ‘조씨의 다스 직무 유지’ 간에 무언가 빈틈이 있다는 의심은 합리적이다.

이 빈틈을 메워주는 것은 ‘다스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이라고 보인다. 당시 경리업무를 전담하던 조씨와 비자금을 따로 조성하던 경영진을 공범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검찰은 정 전 특검에 대해 19일 무혐의 처분을 내리며 “다스의 경영진 등이 (120억원과 별개로)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다스 경영진의 비자금 역시 금전출납업무를 전담한 조씨의 손을 거쳐 조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재는 팀장 등 선배를 거치지 않고 권모 전무와 김성우 당시 사장이 바로 했다. 조씨-권 전무-김 사장으로 직접 이어지는 결재라인이다. 조씨는 다스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을 훤히 꿰뚫고 있는 상황에서 개인적으로 120억원을 횡령한 것이다.

이런 터에 조씨를 해고하면 다스의 비자금이 탄로 날 가능성이 있었다. 또 그를 대체할 사람을 찾아야 하는데, 이 경우 비밀을 아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만큼 비자금 조성의 위험 부담이 가중된다. 이 때문에 다스는 그를 계속 고용함으로써 ‘공범의 변심’과 ‘대체자를 구하는 번거로움’을 피하려 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 조씨는 2008년 2월 개인 횡령으로 결론 난 120억원을 다스 법인 계좌에 반환했다. 조씨가 횡령한 돈은 80억원이었지만 이자 등으로 120억원까지 불었다. 다스로서는 조씨가 괘씸했을 수 있지만 돈을 되돌려 받았기 때문에 손해 본 장사도 아니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