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 때문에 더욱 관심을 받는 ‘숨은 강호’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을 향한 네티즌의 사랑이 뜨겁다. 많은 커뮤니티에는 여자 컬링팀의 경기 결과는 물론, 소소한 이야기까지 수없이 공유되고 있다. 특히 뿔테 안경을 쓴 모습이 인상적이어서 ‘안경선배’로 불리는 김은정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애정 어린 반응이 쏟아졌다. 이 기사는 안경선배 팬들에게 바치는 TMI(Too Much Information)다.
안경선배의 취미는 건담 조립이다
안경선배의 취미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건담 만들기다. 평소 페이스북에 완성된 건담을 자랑하기도 했다.
이런 취미를 가진 데에는 아픈 과거가 있다고 한다. 안경선배는 4년 전 소치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망친 것을 자신이 실수한 탓으로 돌렸다. 자책하며 눈물을 흘렸고, 컬링을 그만둘까 생각도 했다고 했다.
그러나 안경선배는 건담과 레고 조립을 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는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사흘간 감독님 집에 틀어박혀 건담과 레고를 조립했다”고 말했다.
안경선배의 양말 취향은 꼬부기다
빙판 위에 엄숙한 표정 탓에 ‘엄격. 근엄. 진지’ 일명 ‘엄근진’으로 불리는 안경선배의 양말 취향은 의외로 귀엽다. 안경선배가 KBS 평창동계올림픽 특집 다큐멘터리에서 컬링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양말이 비쳤다.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에 나오는 캐릭터 ‘꼬부기’ 양말이었다.
안경선배가 안경을 벗고 꼬부기 인형을 든 사진도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안경 선배가 커다란 안경을 쓰는 이유는
안경선배의 트레이드 마크는 단연 커다란 안경이다. 안경선배가 이런 안경을 선택한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잘 어울려서였다. 안경선배와 후배인 김선영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냥 이게 제일 잘 어울려서 쓴 것인데"라며 "김은정 언니도 똑같은 안경원에 같이 가서 맞췄다. 언니도 그냥 그 안경이 제일 잘 어울렸다"고 말했다.
과거 다른 형태의 안경을 쓴 안경선배의 모습도 있다. 둘을 비교해 보면, 현재가 잘 어울리긴 하다.
안경선배는 올림픽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안경을 쓰지 않았다.
무표정때문에 ‘뜬’ 안경선배도 웃을 줄 안다
안경선배가 안경선배로 거듭난 데에는 커다란 안경 탓도 있지만 표정이 거의 없는 포커페이스 영향도 크다.
뉴욕타임스, 타임 등 외신에도 소개될 정도로 안경선배의 무표정은 전매특허다.
중계 화면에 경기 중간 바나나를 먹을 때 잡힌 안경선배의 모습도 진지하다. 김민정 여자대표팀 감독이 “캐나다 선수들이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김은정을 보며 ‘로봇 같다’고 놀란 적이 있다”고 말한 것이 괜한 말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안경선배의 표정변화짤은 두 가지 버전이 있다. 다 같은데, 안경선배의 스위핑 콜인 ‘영미’ 부분에 진짜 김영미 선수가 들어간 것과 김영미 선수를 그려 넣은 것, 이 한 군데가 다르다. 외신에는 전자가 소개됐다.
빙판 위에서 좀체 볼 수 없는 안경선배의 웃는 장면을 모으는 네티즌도 적지 않다.
화면을 보고 환하게 웃다가 다시 포커페이스로 돌아가는 장면이 가장 대표적이다.
안경선배는 사투리를 잘 쓴다
여자 컬링팀은 전부 경북 의성 출신이다. 마늘이 유명한 지역에라서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서는 이들을 두고 ‘갈릭 걸즈’라고 부르기도 한다.
안경선배는 구수한 사투리도 잘 쓴다. 안경을 벗고 찍은 셀카를 페이스북에 올린 뒤 같은 팀 김경애가 “누구냐”며 짓궂은 농담을 남기자 안경 선배는 “내다 내”라며 웃었다.
빙판 위에서도 사투리가 튀어나온다. 안경 선배는 “짼다”는 표현을 자주 쓴다.
“언니 이것부터 일단 째버리죠” 하고 물으면 안경 선배가 “쨀까? 짼다~”라고 화답하는 식이다. 스톤을 쳐서 밖으로 보낸다는 뜻이다.
좌우대칭마저 엄격한 안경선배
인터넷에는 한 네티즌이 안경 선배의 중계 화면 속 얼굴을 좌우 대칭 합성한 사진도 돌고 있다. 합성한 사진은 어색함이 거의 없다. 좌우대칭마저 엄격하다.
안경선배는 후배 농담에 진지하게 화답한다. 한번은 김영미가 “빙판을 닦는 우리가 만약 메달을 딴다면 청소기 광고를 찍을 수 있을까"라고 농담한 적이 있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안경 선배는 "요즘엔 로봇청소기가 나와 틀렸어"라고 답했다고 한다.
청소기 광고 시나리오도… 팬아트도 등장
안경선배가 “틀렸다”고 했지만 네티즌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컬링팀이 청소기 광고를 찍었으면 하고 바란다. 그럴듯한 광고 시나리오도 벌써 인터넷에 올라와 있다.
여자 컬링팀을 그린 팬 아트도 등장했다.
여자 컬링팀은 20일 미국을 꺾고 5연승을 질주,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강 진출을 확정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