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에서 생을 마감한 작곡가 윤이상(1917~1995) 선생의 유해가 부인 이수자(91) 여사의 요청으로 49년 만에 고향 통영으로 돌아온다.
윤 선생의 유해는 독일 베를린 가토우 공원묘지에 안장돼 있다. 경남 통영시는 이 묘지 관장하는 미하엘 뮐러 시장이 최근 윤 선생 유해의 한국 이장을 최종 승인했다고 21일 밝혔다. 윤 선생의 딸 윤정(67)씨 등 유족들은 23일 가토우 공원묘지에서 개장식을 한 뒤 25일쯤 유해를 한국으로 옮겨올 계획이다.
통영시는 윤 선생이 생전에 ‘고향 바다를 다시 보고 싶다’고 자주 되뇌었던 점을 고려해 한산도 앞바다와 섬이 한눈에 보이는 통영국제음악당 뒤편 공터에 묘소를 마련키로 했다. 공식 이장식은 ‘귀향(歸鄕)’을 주제로 한 통영국제음악제가 열리는 다음 달 30일쯤 진행될 예정이다. 통영시는 베를린시의 협조로 차질 없는 이장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선생의 유해 귀향은 부인 이 여사가 “남편의 유해가 고향으로 이장돼 제가 죽어서라도 남편과 함께 있도록 간절히 요청한다”는 눈물의 친필 서한을 베를린시장에게 보내면서 본격화됐다.
윤 선생은 1960년대부터 독일에 체류하며 베를린 음대 교수를 역임했다. 1972년 뮌헨올림픽 개막 축하행사 무대에 올린 오페라 ‘심청’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유럽 평론가들이 선정한 ‘20세기 중요 작곡가 56인’에 꼽히기도 했다.
윤 선생은 박정희 정권 시절 ‘동백림 간첩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데다 재독 간호사였던 ‘통영의 딸’ 신숙자씨 가족의 월북을 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귀향이 더욱 힘들어졌고 결국 타향에서 생을 마쳐야 했다.
윤 선생은 1973년, 1981년, 2006년 3차례 정부의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으나 그때마다 김대중 전 대통령 납치사건 등 각종 사회문제가 생기면서 번번이 무산됐다. 윤이상기념관 관계자는 “생전에 가족에게 자주 통영 이야기를 하고, 집 내부에 통영 사진을 걸어놓고, 돌아가실 때도 ‘내 고향 통영’이라고 말씀하셨을 정도로 고향에 돌아오고 싶어 했는데 이제야 이뤄지게 됐다”고 말했다.
창원=이영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