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유라·겜린이 직접 만든 후원 페이지… “베이징에서 만나요”

입력 2018-02-21 10:21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을 후원하는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고펀드미' 캡처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국가대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훈련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후원 사이트를 개설한 사실이 알려졌다. 겜린이 2년 전 만든 이 사이트는 ‘아리랑’ 무대가 공개된 후 접속이 폭주했다. 메달에 상관없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두 사람의 열정에 감동했다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겜린은 2016년 12월부터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고펀드미’를 통해 후원금을 모금했다. 그는 펀딩 소개글에서 “당신의 기부는 세계 무대에서 한국을 성공적으로 대표하기 위한 우리의 여정, 열정, 자부심을 함께 나누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또 “우리는 매년 적은 액수의 보수를 받지만, 상당 부분 스스로 훈련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며 “평창을 넘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선 절대적인 헌신이 필요하다. 훈련과 경기를 위해 필요한 자금이 연간 20만 달러에 달한다”고 말했다.

겜린이 내세운 펀딩 목표 금액은 5만 달러. 지난 18일까지 모인 후원액은 4819달러(약 517만원)에 불과했다. 그런데 20일 ‘아리랑’ 무대가 공개되면서 후원자가 급증하더니 21일 오전 10시 현재 후원액은 3만797달러(약 3300만)를 기록했다. 후원자들은 “계속 멋진 공연 보여주길 바란다” “베이징에서 꼭 만났으면 좋겠다”며 한 마음으로 두 선수를 응원했다.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아리랑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강릉 = 김지훈 기자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아리랑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강릉 = 김지훈 기자

민유라와 겜린은 20일 강원도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 댄스에서 86.52점을 받았다. 하루 전 쇼트 댄스 점수(61.22점)와 합산한 최종 점수는 147.74점. 프리 댄스 연기를 한 20팀의 선수 가운데 18위를 기록했다. 한국 아이스댄스 선수로서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민유라와 겜린은 아리랑의 아름다운 선율을 올림픽에서 알리고 싶었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가수 소향의 ‘홀로아리랑’에 맞춰 프리 댄스 안무를 구성했다. 의상도 개량 한복을 선택했다. 대회 전부터 두 사람의 목표는 오로지 “올림픽에서 아리랑 무대를 선보이는 것”이었다.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에서 아리랑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강릉 = 김지훈 기자

프리 댄스를 마친 후 민유라는 “아리랑을 올림픽까지 와서 연기했다는 것이 만족스럽다. 팬들의 응원이 너무 좋아 쉽고 마음 편하게 할 수 있었고 마지막에 음악이 클라이맥스로 향할 때 나도 큰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귀화 선수인 겜린은 “한국이 나를 받아줬다”며 올림픽 출전을 위해 도와준 모든 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특히 “부모님이 날 위해 많은 걸 희생했다”며 울먹였다. 겜린의 부모는 노후자금까지 내주며 아들의 꿈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올림픽에도 직접 참관하고 싶었지만 비용 문제로 한국에 오지 못했다.

한국의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이 20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프리댄스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강릉 = 김지훈 기자

한편 민유라와 겜린은 지난달 5일 두드림 마케팅&컨설팅(DoDream Marketing & Consulting, LLC)과 전속계약을 맺었다. 계약 당시에도 두 선수는 “아이스 댄싱을 하는 4분 동안 아리랑과 한복으로 대변되는 한국의 우수한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