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 없는 팀추월’에 대한 여론의 공분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이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했지만 노선영의 반박이 이어지면서 여론은 더 악화되는 모양새다. 김보름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과 빙상연맹 처벌을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21일 오전 7시 현재 45만명을 넘어섰다. 역대 최단기간 최다 청원을 기록이다.
지난 19일 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경기 직후 올라온 국민청원은 불과 하루도 안돼 ‘답변 대기’ 중으로 분류됐다. 청원이 올라온 지 30일 내에 동참자가 20만명이 넘으면 청와대나 장관 등 정부 관계자는 책임있는 답변을 내놓게 돼 있다. 지난 20일 20만명을 돌파한 국민청원은 이날 오전 45만명을 넘어섰다.
팀추월 경기 직후 여론은 들끓었다. 처음에는 노선영이 크게 뒤쳐진 레이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지만 노선영을 비난하는 듯한 김보름의 인터뷰가 전파를 타면서 공분으로 번졌다. 빙상연맹의 파벌로 인한 불화와 선수 왕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여론의 공분에 놀란 빙상연맹은 20일 오후 강원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해명 기자회견을 열었다. 백철기 감독과 김보름만 참석했다. 노선영은 감기 몸살을 이유로 불참했다. 회견장에서도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내부의 불화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백 감독은 회견에서 전략 실패로 지적된 마지막 바퀴 3번 주자에 대해 ‘노선영 본인의 제안’이라고 주장했다. 노선영은 회견 이후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직접 말한 적이 없다”며 백 감독 주장을 반박했다.
백 감독은 “김보름의 역할이 중요해 3바퀴를, 노선영과 박지우가 나머지 3바퀴를 책임지는 것으로 의견을 모으고 훈련에 집중했다”며 “노선영이 ‘더 좋은 기록을 위해 중간에 있는 것보다 뒤에서 따라가겠다’고 직접 얘기했다. 마지막 바퀴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훈련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노선영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고 했다.
노선영은 “직접 말한 적이 없다. (경기) 하루 전까지 내가 2번(중간 주자)으로 (마지막 바퀴를 돌아 결승선에) 들어가기로 했다. 경기 당일 워밍업 때 ‘어떻게 하기로 했냐’고 (백 감독이) 물어봐 ‘나는 처음 듣는 얘기’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에 백 감독은 이날 회견 이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노선영이 맨 뒤로 빠지겠다고 한 것을 나만 들은 게 아니다”라며 “기자회견까지 열어 거짓말을 할 수 있겠냐”고 반박했다.
대표팀 불화와 왕따에 대해서도 서로 말이 달랐다. 백 감독은 앞선 기자회견에서 “(대표팀이)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나온 기사를 봤다. 처음엔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선수들이 호흡을 맞추기 위해 노력했다. 운동 이외에도 자연스럽게 잘 지내는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했다.
노선영은 방송 인터뷰에서 “서로 훈련하는 장소도 달랐고, 만날 기회도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대표팀 분위기가) 별로 좋지 않았다. 대화가 없다”고 백 감독 주장을 반박했다.
국민적 공분에 기름을 부은 김보름은 인터뷰에 대해 사과했다. 그는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뒤쳐진 노선영을 탓하며 실소를 터트렸다. 이에 대해 김보름은 “많은 사람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다. 죄송하게 생각한다. (비판 여론을) 공감하고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눈물을 쏟았다.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 불화가 고스란히 드러난 해명과 반박은 팀추월 마지막 경기인 7·8위 순위 결정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노선영의 팀추월 마지막 경기 출전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 SBS는 “노선영이 최악의 상황이지만 팀추월 순위 결정전에 참가하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백 감독은 기자회견에서 “(팀추월) 순위 결정전도 남았지만 김보름·박지우의 매스스타트도 있다”고만 했다. 팀추월 주자 구상을 뚜렷하게 언급하지 않았다.
여자 팀추월 7·8위 결정전은 21일 오후 8시54분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다.
정지용 기자 jyje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