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팀추월 백철기 감독이 20일 기지회견을 열고 19일 경기 당시 김보름(25), 박지우(20) 선수가 제일 뒤에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재는 팀 추월 규칙을 무시하고 뒤쳐진 노선영(29) 선수를 놔두고 먼저 들어온 것과 관련해 “관중의 응원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웠다”고 주장했다.
김보름, 노선영, 박지우로 이뤄진 대표팀은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을 기록, 8개팀 가운데 7위로 밀리며 탈락했다.
김보름과 박지우는 맨 끝에서 달리던 노선영을 두고 막판 스퍼트를 했다. 팀추월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에 선수 간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김보름·박지우는 멀어지는 노선영을 무시하고 결승선에 들어왔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 쏟아지는 비난에 백철기 대표팀 감독과 김보름 선수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선영 선수도 참석하기로 돼 있었지만 심한 감기몸살로 불참했다. 박지우 선수는 거센 비난 여론에 큰 충격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다고 백 감독이 밝혔다.
백 감독은 “여자 팀추월 경기가 6바퀴를 뛰는 것인데 김보름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 사전에 50%에 해당하는 3바퀴를 이끌기로 했다”며 “노선영이 마지막 바퀴에서 가운데 주자로 뛰지 않은 것은 더 좋은 기록을 위해 결정됐던 부분”이라며 노선영이 뒤에 있었던 것은 팀 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빠른 속도를 1, 2번 주자가 계속 유지하며 나가기 위해 노선영이 경기 전날 자신이 마지막에서 뛰겠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노선영의 몸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 수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백 감독은 “많은 분들이 응원을 해서 저희가 소통이 안됐다”며 “앞서 나가던 김보름, 박지우가 목표 기록를 달성해야겠다는 생각에 계속 진행했던 것 같다”며 “그런 함성, 큰 응원 때문에 뒤에서 와있는지 거리가 벌어졌는지 선수들이 예측 못한 것 같다”고 관중의 응원 소리를 문제 삼았다.
이어 김보름은 “우리 목표가 3위였는데, 그걸 위해서는 4강에 꼭 진출해야 했다. 4강 진출을 위해서는 마지막 바퀴를 29초 라프로 통과해야 했다”며 “두 선수가 앞선 바퀴에서 잘 타줬기 때문에 속도를 유지 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결승선에 와서야 노선영이 뒤처진 걸 알았다”고 해명했다.
김보름은 경기 후 불거진 인터뷰 태도 논란에 대해선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백 감독은 “많은 분이 경기에 대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 죄송하다”면서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 두 선수가 많이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그는 “아직 많이 어린 선수들이다”라며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전에도 노선영이 안가면 본인들도 못 간다고 벌벌 떨었다. 남은 경기 잘 마무리할 수 있게 응원해 달라”고 부탁했다.
'김보름 여자 팀추월 논란'은 김보름과 박지우가 경기가 끝난 뒤 가진 인터뷰에서 노선영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해 논란이 커졌다. 김보름은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좀…”이라며 “뒤에 우리와 (노선영의) 격차가 벌어지면서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고 밝혔다.
박지우도 “의사소통 문제도 있었고, 사실 선영 언니가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을 아예 안 했던 건 아니었다. 다만 저희가 기록 욕심도 있다 보니까”라며 팀의 단결력이 최우선인 종목에서 개인 기록을 욕심냈다고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네티즌은 노선영의 대표팀 내 ‘왕따설’을 제기하며, 뒤쳐진 노선영을 무시하고 김보름·박지우가 속도를 올리며 결승선을 통과하는 장면, 김보름이 인터뷰 도중 웃는 장면 등을 캡처해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 등에 올렸다.
또 김보름, 박지우의 국가대표 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이 청와대에 올라왔다. 이 청원은 게시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2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국민청원 게시판이 생긴 이후 최단기간이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