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센 비난에 입 연 여자 팀추월 팀… “상처 입은 분들께 거듭 사죄”

입력 2018-02-20 18:02 수정 2018-02-20 18:10

스피드스케이팅 김보름(25) 선수와 백철기 대표팀 감독이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기자회견을 갖고 해명했다. 노선영(29) 선수도 참석하기로 돼 있었지만 심한 감기몸살로 불참했다. 박지우(20) 선수 또한 거센 비난 여론에 큰 충격을 받아 참석하지 못했다.

김보름과 백철기 감독은 20일 오후 5시30분 강릉 스피드스케이트 경기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앞서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가 “19일 있었던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공지했다.

먼저 백 감독이 경기에 앞서 계획했던 팀 전략을 설명했다. 백 감독은 “여자 팀추월 경기가 6바퀴를 뛰는 것인데 김보름의 역할이 중요한 것 같아 사전에 50%에 해당하는 3바퀴를 이끌기로 했다”며 “노선영이 마지막 바퀴에서 가운데 주자로 뛰지 않은 것은 더 좋은 기록을 위해 결정됐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백 감독은 “빠른 속도를 1, 2번 주자가 계속 유지하며 나가기 위해 노선영이 경기 전날 자신이 마지막에서 뛰겠다고 먼저 제안했다”며 “노선영의 몸 상태가 괜찮은 것 같아 수락했다”고 밝혔다. 이어 “많은 분이 경기에 대해 비난하는 것에 대해 감독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김보름도 노선영이 뒤처지고 있음에도 빠른 속도를 유지했던 것에 대해 해명했다. 김보름은 “우리 목표가 3위였는데, 그걸 위해서는 4강에 꼭 진출해야 했다. 4강 진출을 위해서는 마지막 바퀴를 29초 라프로 통과해야 했다”며 “두 선수가 앞선 바퀴에서 잘 타줬기 때문에 속도를 유지 하고 싶은 욕심이 났다. 결승선에 와서야 노선영이 뒤처진 걸 알았다”고 했다.

김보름은 이어 경기 후 불거진 인터뷰 태도 논란을 언급했다. 김보름은 “많은 분이 마음의 상처를 입은 것 같다”며 “죄송하게 생각하고 반성하고 있다.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마지막으로 백 감독이 “부탁드리고 싶은 게 있다”며 “두 선수가 많이 고통스러워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백 감독은 “아직 많이 어린 선수들이다”라며 “기자회견에 참석하기 전에도 노선영이 안가면 본인들도 못 간다고 벌벌 떨었다. 남은 경기 잘 마무리할 수 있게 응원해달라”고 했다.

김보름·박지우는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마지막 주자인 노선영이 뒤처지는 데도 속도를 늦추지 않아 크게 비난을 받았다. 팀추월은 맨 끝에서 달리는 선수의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경기다. 마지막, 3번째 선수가 뒤처지면 1·2번째 선수가 밀어주며 함께 달려야 한다. 하지만 김보름과 박지우는 간격이 벌어진 노선영을 외면하고 전력으로 달렸다. 이날 세 선수는 3분3초76을 기록하며 8개국 중 7위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경기 후 진행된 김보름의 인터뷰도 논란에 불을 붙였다. 김보름은 “잘하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우리와 (노선영의) 격차가 벌어져 기록이 아쉽게 나왔다”며 노선영을 비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 때문에 청와대 국민청원에 김보름,박지우의 선수자격 박탈을 요구하는 청원이 등장해 역대 최단 기간으로 20만명인 청와대 답변 기준을 돌파했다. 김보름은 쏟아지는 악성 댓글에 인스타그램을 비공개로 전환하기도 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