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난데없는 ‘치킨대란’이 벌어졌다. 거대 치킨체인 KFC가 닭고기 조달 문제로 전체 매장 중 3분의 2를 휴점시키면서다. 충분한 준비 없이 닭고기를 배달할 계약상대를 바꾼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영국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오후 기준 영국 전역의 KFC 매장 900개 중 560개 이상이 휴업했다고 보도했다. 유통전문업체 DHL과 지난 14일 새로 계약을 맺은 지 닷새만에 닭고기 조달에 차질이 생겼다는 이유다.
KFC 측은 “새 계약상대인 DHL이 유통체계 구축에서 초기 문제(teething problems)를 겪고 있다”면서 “900개 전국 매장에 닭고기를 배달하는 건 꽤나 복잡한 일”이라고 입장을 내놨다. DHL 측은 KFC 고객을 대상으로 사과문을 내놨다. KFC는 지난 11월 기존 계약상대인 비드베스트(Bidvest)와 계약을 끝내고 DHL, QSL과 삼자계약을 시작하기로 했다.
하루아침에 치킨 맛을 볼 수 없게 된 현지 소비자들은 격렬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고객은 트위터에 “치킨전문점인 KFC에 닭고기가 떨어진다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닭고기 조달이라는 딱 한가지 일만 하면 되는데 그걸 못하냐”고 성토했다. 다른 고객은 “KFC에 닭고기가 부족하다니. 종말이 이렇게 오는구나”하고 비꼬았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FT에 “본래 새 계약이 시작되는 시기가 항상 가장 위험하기에 계약 쌍방간에 충분한 준비를 하기 마련”이라면서 “정확히 어떤 건지는 알 수 없지만 큰 문제가 생긴 것만은 틀림없다”고 평했다. 노조 관계자는 “비드베스트에서 DHL로 계약을 이전하는 데 따르는 위험성을 경고했지만 사측이 듣지 않았다”고 말했다.
KFC 영국 지점들은 닭고기를 영국과 아일랜드 등 현지 농장에서 조달하지만 닭고기 외 다른 메뉴의 재료는 해외에서 수입하기도 한다. 그러나 KFC 측은 “아직 사태가 언제 해결될 지 말하기는 이르다”고 밝혔다.
직원 처우 문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현재 KFC는 직영 매장 직원들에게는 휴가를 쓰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 이들에게는 평균 노동시간에 근거해 평소대로 임금이 지급된다. 그러나 전체 매장의 80%를 차지하는 프랜차이즈점의 직원들은 매장 사정에 따라 사실상의 무급휴직을 해야하는 상황이다.
조효석 기자 prome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