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살·7살 남매 살해한 ‘우울증 엄마’에게 내려진 판결

입력 2018-02-20 11:09

우울증에 시달리다 어린 두 자녀를 살해한 40대 여성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김양섭)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44·여)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19일 밝혔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던 A씨는 지난해 9월 13일 오후 11시쯤 서대문구의 한 아파트에서 딸(11)과 아들(7)에게 수면제를 먹인 뒤 목 졸라 살해했다. A씨는 자신도 함께 목숨을 끊기 위해 손목을 자해했고 귀가한 남편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다.

A씨가 우울증을 앓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7월쯤이었다. 당시 암에 걸린 친정어머니를 간병하던 중 암으로 사망하는 다른 환자를 보고 자신의 건강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신도 암에 걸릴 것이라는 강박에 시달려왔다.

범행 전 A씨는 남편에게 “죽어버리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으며, 항우울제를 처방받고도 임의로 복용하지 않았다.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 A씨는 훗날 아이들이 놀림을 받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자녀들의 살해 계획도 함께 세웠다.

재판부는 “부모라고 해도 독립된 인격체인 자녀의 생명을 마음대로 빼앗을 수는 없다. A씨는 자신이 죽으면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극히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생각으로 소중한 생명을 빼앗았다”고 질타했다.

다만 “A씨가 범행 당시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어 심신미약의 정도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범행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며 “남은 생 대부분을 자녀들을 살해한 비정한 어머니로서 큰 자책감을 안고 가슴을 치며 살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아내의 범행으로 두 자녀를 모두 잃고 아내마저 수감돼 극도의 충격과 슬픔에 잠겨있을 A씨의 남편이 유족으로서 A씨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고 있는 점을 고려했다”고 덧붙였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