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워크가 실종된 팀추월 경기였다. 김보름(25), 노선영(29), 박지우(20)는 19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준준결승에서 3분03초76을 기록, 8개팀 가운데 7위로 밀리며 탈락했다.
맨 끝에서 달린 노선영은 마지막 바퀴에서 김보름·박지우와 간격이 크게 벌어졌다. 팀추월은 마지막으로 들어오는 선수의 기록을 측정하기 때문에 선수 간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김보름·박지우는 멀어지는 노선영을 무시하고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주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약 한 달 전 노선영의 인터뷰를 떠올리게 하는 장면이었다. 노선영은 지난달 25일 스포츠조선과의 인터뷰에서 빙속 대표팀 내 차별과 분열이 심각하다고 폭로했다. 당시 노선영은 대한빙상경기연맹의 행정 착오로 올림픽 출전이 무산된 상황이었다.
노선영은 “지난해 12월 10일 월드컵 4차 시기 이후 평창올림픽에 출전하는 팀추월 남녀 대표팀은 단 한 차례도 함께 훈련하지 않았다”며 “전명규 빙상연맹 부회장 주도로 이승훈 정재원 김보름 3명이 태릉이 아닌 한체대에서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인원수가 안 맞다보니 남녀 선수가 따로 뛰거나 혼성으로 훈련하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팀추월) 훈련을 하지 못한 셈”이라고 토로했다.
노선영은 또 “빙상연맹이 메달을 딸 선수들을 미리 정해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심한 차별 속에 훈련에 제대로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이 몇 년째 반복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후 노선영은 러시아 선수 2명이 명단에서 빠지면서 극적으로 구제됐다. 그러나 분열된 팀워크는 회복되지 않았다. 김보름은 19일 경기를 마치고 “중간까지 잘 타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노선영이) 격차가 벌어졌다”고 말하며 실소를 터트렸다.
노선영은 경기 직후 인터뷰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고개를 떨군 채 미국 대표팀 곁에 앉아 있는 노선영을 두고 김보름·박지우는 짐을 챙겨 경기장을 떠났다. 노선영에게 다가가 위로를 건넨 건 외국인 밥데용 코치뿐이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