봅슬레이 불모지서… 원윤종·서영우 ‘6위’에
1∼4차 합계 3분17초40 기록
한국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
스승의 죽음과 부상 등으로
힘겨운 시간 털어내고 값진 기록
원윤종(33)과 서영우(27)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올림픽 최고 성적인 6위를 달성했다. 메달 사냥에는 아깝게 실패했지만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때 처음 올림픽 봅슬레이 종목에 출전한 한국이 8년 만에 이룬 쾌거다.
원윤종·서영우는 19일까지 이틀간 강원도 평창 알펜시아 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평창올림픽 봅슬레이 남자 2인승 경기에서 1∼4차 주행 합계 3분17초40을 기록했다. 자신들이 4년 전 소치에서 세웠던 한국 봅슬레이의 올림픽 최고 성적(18위)은 가뿐하게 경신했다.
이날이 있기까지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2013년 세계적인 봅슬레이 지도자 데니스 말콤 로이드가 대한민국 대표팀에 합류했다. 로이드 코치는 영국 봅슬레이 대표를 지냈고 은퇴 후에 미국 캐나다 러시아 대표팀 등에서 코치로 활약했었다. 제시된 연봉은 그의 몸값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적었다. 하지만 그는 “한국팀의 가능성을 믿는다”며 흔쾌히 제안을 수락했었다.
로이드 코치는 ‘봅슬레이 불모지’ 한국에서 모든 걸 바꿔놓았다. 주먹구구식 훈련을 뿌리째 뜯어고치고 봅슬레이 강국을 벤치마킹했다. 전 세계 봅슬레이 경기장의 주요 트랙을 공략하는 방법, 장비 관리법까지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했다.
한국 선수들은 구슬땀을 흘리며 따랐다. 선수들의 자신감과 실력은 부쩍 성장했다. 그리고 2015-2016시즌 국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IBSF) 월드컵에 출전한 원윤종과 서영우가 제대로 ‘사고’를 쳤다. 두 선수는 이 시즌에서 금메달 2개, 동메달 3개를 수확했다. 시즌 랭킹은 1위. 스승의 가르침과 열정에 보답한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나온 두 선수의 ‘깜짝 활약’에 기적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이대로라면 2년 뒤 고국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에서 한국 봅슬레이 사상 최초의 메달 획득도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시련은 예고 없이 찾아왔다. 로이드 코치는 암 세포를 이기지 못하고 2016년 1월 세상을 떠났다. 고통을 내색하지 않고 묵묵하게 선수들을 지도했었기에 한국 대표팀이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그 뒤로 원윤종-서영우 조는 하락세를 보였다. 원윤종은 훈련 도중 전복 사고로 어깨와 허리 부상을 당하기까지 했다. 2017-2018시즌 월드컵에선 조기 귀국했다. 올림픽에 대비해 평창 트랙에서 훈련을 이어나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고 남은 경기를 포기한 것이다. 국내로 돌아온 봅슬레이 대표팀은 원윤종의 부상 치료와 재활에 초점을 맞춰 왔다.
원윤종과 서영우가 다시 메달권에 가까워졌다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전날 치른 1차 주행의 결과가 11위에 그쳤던 것이 뼈아팠다. 이후 2차에서 3위(공동)를 기록하며 기량을 끌어올렸고 3차에서 5위, 4차에서도 5위로 결승선을 통과하며 역주했지만 메달을 획득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사진=윤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