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훈-김창선’… 남북 옛 ‘비공식 라인’ 10년만에 재가동

입력 2018-02-20 01:59

DJ·盧 시절 운영 라인 복원 중
서훈 상대했던 김창선이 ‘키맨’
고위급 訪南 때 김여정 수행
대표단 파견 막후 역할 했을 것

북한이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운영하던 남북 간 ‘비공식 라인’을 복원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2000년 국정원 대북전략조정단장을 지내던 시절 북한 노동당 과장 직함으로 서 원장의 ‘카운터파트’였던 김창선 전 국방위원회 서기실장이 ‘키맨’으로 분석된다. 김창선은 지난 9∼11일 북한 고위급 대표단과 함께 깜짝 방남해 얼굴이 공개됐으며, 고위급 대표단 방남에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소식통은 19일 “북한이 과거 서 원장을 상대하던 대남 라인을 다시 살린 것으로 안다”며 “서 원장을 통하는 남북 간 창구가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에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창선은 2000년 1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임동옥 노동당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 권호웅 노동당 지도원과 함께 국정원의 이른바 ‘KSS 라인’과 물밑 접촉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KSS 라인은 김보현 전 국정원 3차장, 서영교 전 국정원 대북전략국장, 서 원장 등 김대중정부 국정원의 대북 협상 채널을 뜻한다. 김창선은 당시 ‘박성천’이라는 가명을 썼다.

김창선이 이번 북한 고위급 대표단 방남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그가 김씨 일가의 비서실인 서기실에서 오래 활동한 인물이라는 점에서 단순한 수행 인력은 아닐 것으로 추정된다.

김창선은 2000년 9월 당시 김용순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가 청와대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을 때도 배석해 전반적 동향을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직보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2013년 북한 최고 권력기관이던 국방위원회의 서기실장에 임명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른 대북 소식통은 “김창선은 일차적으로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보좌역으로 방남했다”면서도 “김여정의 코트를 받아주는 심부름이나 하러 온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김창선은 서기실 사람이다. 서기실은 내각 각 부처에서 올라오는 제의서(보고서)를 종합해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에게 올린다”며 “김창선도 전반적 정책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대중·노무현정부 때 활약했던 북한의 ‘대남 일꾼’들은 이명박·박근혜정부를 지나며 힘이 크게 꺾였다. 숙청 공포 탓에 대남 부서들이 주도적인 정책 제안을 꺼리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 북한 내 대남 부처 수장은 군 출신 강경파가 득세하고 있다. 북한은 대남통이었던 김양건 통일전선부장이 2015년 12월 의문의 교통사고로 숨지자 천안함 폭침의 주역 김영철이 후임에 임명됐다. 이선권 조평통 위원장 역시 군 출신으로 김영철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