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김명민 오달수 선배님이랑 같이 연기할 줄이야. 촬영하면서도 ‘진짜 대박이다’ 생각했어요. 스크린에 이름이 나란히 올라갈 때도 되게 기분이 묘하더라고요.”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리고도 여전히 자신의 유명세가 얼떨떨하다는 이 배우.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이하 ‘태후’) ‘쌈 마이웨이’(이상 KBS2·2017)로 안방극장을 접수한 김지원(26)이 스크린마저 휘어잡았다. 영화 ‘조선명탐정: 흡혈괴마의 비밀’(감독 김석윤·이하 ‘조선명탐정3’)을 통해서다.
지난 8일 개봉한 영화는 설 연휴 기간 바짝 관객 수를 늘렸다. 개봉 11일째 누적 관객 수 200만명을 돌파했다. ‘블랙 팬서’의 매서운 기세에도 박스오피스 2위를 지키고 있다. 첫 사극 도전작이자 ‘무서운 이야기2’(2013) 이후 5년 만의 영화를 내놓은 김지원으로서는 꽤 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든 셈이다.
최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김지원은 “스크린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사극 분장이 처음이기도 해고 새롭고 낯설었다”면서 “작품을 할 때마다 ‘내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이런 감정을 꺼내 쓸 수 있구나’ 발견하게 된다. 계속 발견해나가는 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월영 캐릭터에 마음이 많이 갔어요. 두 선배님(김명민 오달수)과 촬영을 하다 보면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새로운 걸 경험하고 배울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었어요. 더구나 세대를 불문하고 누구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란 점에 끌렸죠.”
‘조선명탐정’ 시리즈의 특징은 김명민 오달수 콤비가 코미디를 책임지는 한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해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1편 ‘∼각시투구꽃의 비밀’(2011)에선 한지민, 2편 ‘∼사라진 놉의 딸’(2015)에선 이연희가 그 임무를 수행했다. 김지원이 연기한 묘령의 여인 월영은 한발 더 나아가 중심 서사를 이끌었다.
쟁쟁한 선배들의 후임격인 역할이어서 부담이 됐을 법도 하다. 하지만 김지원은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감이 컸다”면서 “시리즈물인 만큼 각각의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뭘 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월열이라는 캐릭터를 잘 만들고 싶었다. 좋은 시리즈에 합류하게 된 게 행운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김명민 오달수가 쏟아낸 칭찬에 대해선 “선배님들이 잘 조율해주셨다”고 겸손해했다. “저는 캐릭터에만 집중했어요. 선배님들이 다 채워주고 맞춰주셨죠. 너무 큰 사랑을 받아서 저도 얼떨떨할 정도예요(웃음). 촬영 내내 한결같은 사랑과 보살핌 속에 연기했어요. 너무 예뻐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16세 때 길거리 캐스팅된 김지원은 연습생 생활을 하다 19세에 배우로 데뷔했다. 노래 춤 피아노까지 섭렵했으나 그 중 연기에 가장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던 그는 김은숙 작가 작품 두 편으로 껑충껑충 스타덤에 올랐다. ‘상속자들’(SBS·2013)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더니 ‘태후’로 정상을 찍었다.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상속자들’은 제게 굉장한 터닝 포인트가 됐죠. ‘태양의 후예’도 정말 감사한 기회였어요. 모든 작품이 마찬가지겠지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작품을 만날 기회가 흔치 않으니까요. 게다가 송혜교 송중기 진구 등 좋은 선배님들과 함께했잖아요.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태후’ 신드롬에도 꼿꼿이 중심을 잡고 제 길을 걸어 온 그다. 김지원은 “다른 분들이 하시는 것처럼 그냥 (연기)했을 뿐이다. 운이 좋았던 때도 있지만 특별히 그런 생각을 하진 않았다. (나 같은 경우는) 중심을 잡아야할 만큼의 인기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멋쩍게 웃었다.
“태후 이후 달라진 인기요? 밖에 돌아다니다 보면 예전보다 좀 더 알아봐주세요. 그럴 때 조금 느끼지, 제 스스로 실감하진 못하는 것 같아요(웃음). 신기한 일인 것 같긴 해요. 예전엔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시니…. 아직도 얼떨떨해요.”
배우로서 본인이 지나온 길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럭키”란다. “이런 생각을 참 많이 해요. 난 정말 운이 좋다. 제가 노력한 것보다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올 때가 많아요. 그게 다 저 혼자만의 힘으로 된 게 아니더라고요. 그러니 제가 얼마나 운 좋은 연기자인가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