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문단 내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최영미(57) 시인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원로 시인에게 공식 사과를 요청했다.
최 시인은 17일 페이스북에 "언젠가 때가 되면 '괴물'의 모델이 된 원로시인의 실명을 확인해주고, 그가 인사동의 어느 술집에서 나를 성추행했을 때의 실제상황, 그리고 1993~1995년 사이의 어느날 창작과비평사의 망년회에서 내가 목격한 괴물의 (유부녀 편집자를 괴롭히던) 성폭력에 대해 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1993년쯤 종로의 술집에서 내가 목격한 괴물선생의 최악의 추태는 따로 있다. 하지만 입이 더러워질까봐 차마 말하지 못하겠다. 나뿐 아니라 그로 인해 괴롭힘을 당한 수많은 여성들에게 괴물의 제대로 된 사과, 공식적인 사과와 반성을 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최 시인이 지난 6일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게재한 시 '괴물'은 인터넷과 SNS를 뜨겁게 달궜다.
'괴물'은 작가 'En'이 후배 작가를 성추행한 사실을 담고 있다. 작가 'En'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노털상 후보로 En의 이름이 거론될 때마다/ En이 노털상을 받는 일이 정말 일어난다면,/ 이 나라를 떠나야지/ 이런 더러운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아"라는 암시적 표현이 있었다.
최 시인은 지난 6일 방송된 JTBC '뉴스룸'에서 문단에 만연한 성폭력 문제를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날 일부 매체의 기사 수정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주 JTBC 뉴스룸에 나간 뒤 일부 매체에서 인터뷰 내용을 왜곡 보도했기에 이를 바로잡습니다. 최영미는 수십명에게 성추행 당한 적이 없습니다. 나를 성희롱하거나 성추행을 시도한 남자문인들이 수십명이라고 말했는데, '최영미시인 문단에서 수십명 성추행'이라고 크게 제목을 뽑은 기사가 인터넷에 뜨네요. 명예를 훼손하는 잘못된 기사 제목을 수정해주시기 바랍니다"고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아울러 최 시인은 ""문단 내 성폭력을 조사하는 공식적인 기구가, 작가회의만 아니라 문화부 여성단체 법조계가 참여하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조사 및 재발방지위원회가 출범하기를 요청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의 격려와 응원 덕분에, 이제 내게 괴물과 괴물을 비호하는 세력들과 싸울 약간의 힘이 생겼다"며 "문단 내 성폭력이 구시대의 유물로 남기를 바라며, 뒤로 물러서지 않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