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최근 불거진 ‘성추문’ 사건을 사과하기 위해 19일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예술계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이번 기자회견이 ‘사과가 아닌 협박’을 위한 자리였고, 성추문 논란을 ‘반박’하기 위한 자리였다는 것이다. 또 공개사과가 도리어 피해자에게는 씻을 수 없는 2차 피해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씨의 성추행 사실을 최초로 고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성관계였다고 말하는 그 입에 똥물을 부어주고 싶다”며 분노했다. 뉴스1 보도에 따르면 김수희 대표는 “너무 화가 나지만, 그는 기자회견장에서 자백한 셈”이라며 “다음 수순을 밟을 테니, 감옥 갈 준비나 하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설유진 극단 907대표 역시 “(이씨가) 성폭행이 아닌 합의한 성관계라고 주장하는 것은 본인의 권력과 영향력을 충분히 활용해 온 수십 년의 세월을 방증한다”고 지적했다.
나희경 페미씨어터 대표는 “성추행은 인정하면서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는 것은 사과가 아니라 협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사과는 피해자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명시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인데, 그저 잘못했다고만 한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 당시 1인 피켓 시위를 한 배우 홍예원은 “피해당사자가 없는 자리에서 공개사과 방식 자체가 2차 가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소연 연극 평론가도 “(이번 기자회견은) 성폭행 고발을 부인하기 위한 자리”라면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