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억원이 여직원 개인 횡령이라면 다스 비자금 규모는?

입력 2018-02-19 17:07 수정 2018-02-19 17:49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가 조직적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검찰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성우 전 사장 등 경영진은 이 과정에서 별도로 회삿돈을 빼돌리기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의 시발점이 됐던 120억원 비자금 의혹 역시 회사 차원 비자금 조성 과정에서 파생된 경리직원 조모씨의 개인 횡령으로 결론 내렸다.

2008년 정호영 전 특검은 다스 비자금 의혹을 받던 120억원에 대해 조씨 개인 횡령으로 결론 내렸다. 이는 이번 다스 횡령 고발 등 의혹 사건 전담 수사팀의 수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다만 수사팀은 조씨가 ‘경영진의 비자금 조성 과정을 돕던 중’에 이 같은 개인 범죄를 저지른 사실을 파악했다. 조씨가 거액의 횡령을 저지르고도 계속해서 다스에서 일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다스 차원의 비자금 조성 사실을 알고 있는 인물이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정 전 특검에 따르면 조씨는 2002년 6월부터 2007년 10월까지 다스 법인계좌에서 허위출금전표 삽입, 출금액 과다기재 방식으로 5년간 110억여원을 빼돌렸다. 당시 협력업체 경리직원 이모씨가 20여개 차명계좌로 관리한 이 돈은 이자 15억이 붙어 모두 125억원을 불어났고, 이 중 5억원을 조씨와 이씨가 개인적으로 사용했다. 따라서 2008년 정 전 특검 수사 당시 계좌엔 120억원 정도가 남아 있었다. 수사팀은 조씨의 범죄가 특검 수사 기간에도 이뤄졌다고 밝혔다. 120억원 외에 은닉한 돈도 꽤 된다고 했다. 김 전 사장 등 경영진이 조씨 횡령 사실을 어떻게 모를 수 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수사팀은 “비유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두 사람이 빈집에 들어가 물건을 훔치는 데 한 사람이 주머니에 뭐 하나 더 넣어 나온다고 해서 상대가 알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검찰은 조씨 횡령이 다스 비자금 조성에서 파생된 만큼 다스의 비자금 조성 시기와 조씨 횡령 기간이 상당부분 겹친다고 밝혔다. 비자금 규모를 정확히 밝히진 않았지만 조씨가 빼돌린 금액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가 진행될 수록 비자금 액수도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중간 수사 결과 상당액이 파악됐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다스의 비자금 조성에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현재 조성된 비자금이 세탁된 자금 흐름을 정밀하게 추적 분석 중”이라며 “만약 성명불상 실소유주가 별도로 있다면 그 개입 여부는 수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레 규명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수사팀은 수사팀 부팀장을 맡았던 노만석 부장과 수사팀 검사 3명을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에 합류시켜 다스 비자금에 대한 수사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수사팀이 비자금 의혹을 받던 120억원을 조씨 개인 범죄로 결론 내림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특수직무유기 혐의로 고발당한 정 전 특검은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수사팀은 “당시 특검이 조씨 개인 횡령이 아닌 회사의 조직적 범행이라고 판단했거나 경영진의 추가 비자금 조성 사실을 인지했다고 볼만한 증거가 없었다”며 이유를 설명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