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수입 철강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매길 경우 세계 무역체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CNN머니가 18일(현지시간) 전했다. CNN은 무역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하며 트럼프 정부의 조치가 ‘무역 보복’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미국의 고강도 통상 압박에 “당당하고 결연한 대응”을 지시했다. 미 상무부가 철강·전자·태양광 등 한국의 주요 수출 품목에 부과하려는 높은 관세를 “불합리한 보호무역 조치”라고 규정하며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위반 여부를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 “세계 무역체제 뿌리째 흔들릴 것”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검토하고 있는 무역 관련 조치들이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뉴욕 소재 포드햄대학의 국제무역법 전문가 맷 골드 교수는 “트럼프 정부가 고율 관세와 같은 WTO 규정에 위배되는 조치를 취할 경우 다른 나라들도 보복 조치로 맞대응할 것”이라며 “이런 충돌은 세계 무역체제를 뿌리째 흔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등을 통한 무역 규제에 나설 경우 중국뿐 아니라 한국 멕시코 등 동맹국들도 미국을 상대로 무역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이 수입하는 미국산 농산물을 대상으로 고율의 보복 관세를 매기거나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려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대미 철강 수출 10대국에 들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지속적인 벌금 부과로 철강 수출 물량을 점점 줄여왔기 때문이다. 왕허쥔 중국 상무부 무역구제조사국장은 “미국이 이미 대다수 중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상대로 100건에 달하는 반덤핑 관세와 반보조금 쌍계관세를 부과하는 등 자국 제품에 과중한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 “한·미 FTA 위반 여부도 검토”
문 대통령은 19일 청와대에서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며 “한·미 FTA 개정 협상을 통해서도 (미국의 조치가) 부당함을 적극 주장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최근 환율 및 유가 불안에 더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다. 우리 수출 품목에 대한 미국의 수입규제 확대로 수출 전선에 이상이 우려된다”며 “그런 조치들이 수출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종합적 대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또 “지금까지 우리가 많은 도전을 이겨냈듯이 정부와 기업이 합심해 노력하면 이 같은 도전도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대응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도록 혁신성장을 더욱 속도감 있게 추진하는 한편 신남방정책과 신북방정책의 적극적 추진을 통해 수출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지엠(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도 언급하며 “군산 지역경제에 큰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지난해 조선소 가동 중단에 이어 군산 지역으로서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라고 진단하며 “특히 협력업체로까지 이어질 고용 감소는 군산시와 전북도 차원에선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범정부 차원에서 기획재정부·산업통상자원부·고용노동부·중소벤처기업부와 함께 군산경제 활성화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군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이어 "산업위기 대응 특별지역과 고용위기지역 지정 등 제도적으로 가능한 대책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실직자 대책을 위해선 응급대책까지 함께 강구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