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보여드릴 수 있다” 눈물 쏟은 민유라-겜린 (영상)

입력 2018-02-19 15:48 수정 2018-02-19 17:14
뉴시스

2018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댄스 종목에 출전한 민유라-알렉산더 겜린이 16위에 오르며 프리 스케이팅 진출권을 따냈다. 한국 피겨 아이스댄스의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의상 끈이 풀어지는 악재를 딛고 프리 댄스 진출에 성공한 순간 두 사람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민유라-겜린은 19일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쇼트 댄스에서 61.22점을 얻었다. 프리 댄스 진출권은 상위 20팀에게 주어진다. 민유라-겜린은 최소 16위를 확보해 남은 경기에 상관없이 프리에 진출하게 됐다. 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민스크 아레나 아이스 스타에서 세운 두 사람의 시즌베스트(61.97점)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양태화-이천군이 기록한 24위를 훌쩍 뛰어넘은 성적이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Alexander Gamelin) 조가 19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싱 쇼트 연기를 펼치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Alexander Gamelin) 조가 19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열린 피겨 스케이팅 아이스댄싱 쇼트 연기를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지난 11일 민유라는 팀이벤트 연기 도중 상의 끈이 풀리는 악재를 겪었다. 돌발 상황에도 침착하게 경기를 마쳤지만 안무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해 51.97점에 머물렀다. 19일 경기에선 옷을 입은 채로 3군데를 꿰매 절대 의상이 풀어지지 않도록 대비했다. 3그룹 3번째 순서로 빙판에 오른 민유라-겜린은 ‘삼바, 룸바, 삼바’에 맞춰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줬다. 팀이벤트의 아쉬움을 완전히 털어낸 무대였다.

민유라는 점수가 나오기 전부터 눈물을 보였다. 표정에 간절함이 묻어났다. 대회 전부터 “평창올림픽 목표는 프리 댄스에 진출해 ‘아리랑’ 무대를 펼치는 것”이라고 말해오던 두 사람이었다. 점수가 발표된 순간, 민유라와 겜린은 얼굴을 감싸쥐고 울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범벅된 채 따뜻한 포옹도 나눴다.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Alexander Gamelin)이 점수를 확인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에 출전한 민유라와 알렉산더 겜린(Alexander Gamelin)이 점수를 확인한 뒤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강릉=윤성호 기자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민유라는 미국 국적 대신 한국 국적을 택했다. 겜린 역시 미국 태생이지만 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으로 귀화했다. 두 사람은 지난해 9월 네벨혼 트로피 대회에서 4위에 올라 자력으로 평창행 티켓을 따냈다. 한국이 아이스댄스 종목에 출전하는 건 16년만이다.

민유라는 경기 후 “올림픽 무대에서 프리댄스에 진출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그걸 이룬 기쁨에 눈물이 났다”고 말해다. 겜린은 “귀화하고서 한국이 제공한 기회에 꼭 보답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조금이나마 그 보답을 한 것 같아서 기쁘다”고 했다.



민유라-겜린은 20일 프리 댄스에서 개량 한복을 입고 ‘아리랑’에 맞춰 연기를 펼친다. 이들은 한국에서 올림픽이 열리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인지도가 떨어진다’는 코치와 심판들의 만류에도 가수 소향의 ‘홀로 아리랑’을 배경곡으로 선택했다.

민유라는 “쇼트는 기술적인 부분을 신경써야 했다”며 “프리에선 마음 속 아리랑을 다 열어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겜린 역시 “오랫동안 준비했으니 최선의 연기를 보여주겠다”며 “프리는 서사, 이야기, 표현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