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는 ‘롯데’, 美에는 ‘세탁기’ 주문… 文대통령 ‘평창외교’

입력 2018-02-19 14:28

문재인 대통령은 평창동계올림픽 개회식 전부터 이미 ‘평창외교’에 뛰어들었다. 개회식에 앞서 방한한 외국 정상과 귀빈들을 잇따라 만나 회담을 가졌다. 핵심 의제는 안보와 경제였다. 청와대는 19일 문 대통령의 평창외교 소식을 전하며 외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나온 ‘즉석 대화’를 일부 소개했다. 국내 4위 그룹 ‘롯데’와 한국의 주요 수출품 중 하나인 ‘세탁기’가 등장한다.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지난 8일 한정 중국 특별대표 접견 때 문 대통령은 ‘롯데 등 우리 기업들이 중국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중국 성장의 온기가 우리 기업에도 미칠 수 있도록 중국 정부가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는 청와대가 사전에 준비한 회담 자료에 담겨 있지 않았던 대목이다. 중국 정부의 최고위층에게 한국 기업의 구체적 이름까지 거명하며 관심을 주문한 것은 문 대통령의 즉석 발언이었다고 한다. 이에 한정 특별대표는 “개별 기업의 이익에 대해서도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문 대통령은 또 같은 날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의 면담에서 ‘한국 세탁기’에 대한 미국 정부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풀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고 부대변인은 이것 역시 청와대 참모들이 사전에 준비하지 않았던 내용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까지 13개국 정상급 인사들과 오찬, 만찬 또는 회담을 가졌다. 청와대는 “평창올림픽과 평화올림픽에 대한 국제적 지지를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평가했다. 특히 안토니우 구테레쉬 유엔 사무총장은 오찬 회담에서 “평창올림픽이 평화올림픽으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유엔의 핵심 최고위직 인사들과 함께 방문했다”면서 “한반도의 평화적 비핵화는 유엔 사무총장의 2018년도 중점 추진과제 중 하나”라고 말했다.

지난 8일 알랭 베르세 스위스 대통령과의 회담에선 11조20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0월 중국과의 통화스와프 만기 연장, 11월 캐나다와의 신규 통화스와프 체결에 이은 성과였다. 이 밖에도 문 대통령은 1991년 수교 이래 처음으로 발트 3국 정상들을 만나 올해 안에 한-발트3국 경제공동위원회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각국 정상은 문 대통령에 특별한 의미가 담긴 선물을 전달하기도 했다. 특히 독일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과거 동·서독 평화공존 정책으로 독일과 유럽 내 긴장완화를 실현한 ‘빌리브란트 전 독일 총리 초상화’를 선물했다. 우주비행사 출신인 파이예트 캐나다 총독은 “우주선을 타고 바라보면 한반도는 하나임을 알 수 있다”며 자신이 직접 우주에서 촬영한 한반도 사진을 액자에 넣어 문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