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일본 아사히신문의 ‘남북 당국자 평양 회동’ 보도에 아주 강한 어조로 유감을 표명했다. “손톱만큼의 진실도 없다” “허상 위에 세워진 탑” 등의 표현을 동원해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혹여라도 주변국의 오해를 살까 걱정된다”는 솔직한 속내까지 털어놓으며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청와대의 이런 반응은 남북관계가 단지 남한과 북한만의 문제가 아님을 다시 한 번 말해주고 있다.
아사히 신문은 18일 “남북한 정부 당국자가 작년 11월 이후 연말까지 2차례에 걸쳐 평양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문제를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19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아사히신문 보도, 대단히 유감스럽습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손톱만큼의 진실도 포함돼 있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반박하는 게 구차할 지경입니다”라고 반박했다.
김 대변인은 “보도처럼 남북이 진작부터 속 깊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면 문재인 대통령이 애당초 ‘기적처럼 만들어낸 남북대화’라는 표현 자체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의 김영남 상임위원장이 ‘40여일 전만 해도 이렇게 되리라고 누구도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고 말한 것도 거짓말이 돼버리고 만다”며 “첫 대목이 잘못됐기에 이어진 기사는 모두 허상 위에 세워진 탑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어제 ‘(아사히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거나 ‘확인할 필요조차 느끼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국내 언론이 이를 인용해 다시 보도하고 있다. 이러다 오보가 사실로 굳어져버리고, 혹여라도 주변국의 오해를 살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김 대변인은 공식적으로 아사히에 정정보도를 요청했다. 그는 “아사히신문은 우리에게 손님이고, 손님에게는 야박하게 굴지 않는 게 우리네 전통이지만 어쩔 수 없다. 아사히신문에 강력한 유감의 뜻을 전달하며 정정보도를 요청한다. 오보에 대한 합당한 조처도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서면브리핑은 “부디 봄날의 살얼음판을 걷는 한국의 대통령과 국민들의 마음을 헤아려 주기 바란다”는 말로 맺었다.
통일부도 청와대와 보조를 맞춰 아사히 보도를 부인하고 나섰다. 백태현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남북이 지난해 평양에서 두 차례 접촉했다는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은 없었다. 해당 외신에 공식적으로 정정보도 요청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