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대부’ 연출가 이윤택(66)씨에게 두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한 김보리(가명)씨가 인간문화재인 하용부(63) 밀양연극촌 촌장 역시 성폭행 가해자라고 주장했다.
김씨는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연극·뮤지컬 갤러리에 ‘윤택한 패거리를 회상하며’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극단에 있었던 2001년, 극단을 나온 2002년 두 차례 이씨에게 성폭행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앞서 폭로된) 수건으로 나체 닦기, 차 이동 시 유사 성행위, 성기와 그 주변 마사지 등은 모두 제가 동일한 수법으로 겪은 일”이라고 했다.
자신의 글이 밤사이 화제되자 김씨는 18일 또 한번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이윤택씨만이 아닌 연희단 거리패라는 단체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리고자 한다”며 이씨에 앞서 하 촌장에게 먼저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2001년 밀양 여름축제 기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김씨는 “이것이 제가 겪은 밀양에서 첫 번째 성폭행”이라며 “이 사실을 다른 선배에게 말해보았지만 그 당시 축제가 끝나고 해결해보자고 했고 추가적인 대책은 없었다”고 적었다. 이어 “같은 해 겨울 이윤택씨로부터 1차 성폭행을 당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연희단 거리패가 완전히 해체되어야 한다는 말은 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의 연희단 거리패는 사과문 하나로 예정된 몇 개의 공연을 이어가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는 몇 줄의 사과를 안겨주며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법적 처벌이 없다면 아마도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제 자신이 받게될 2차적인 피해와 비난이 너무나 두려워 실명을 밝히지 못한다”며 “법적인 절차 혹은 저의 진술이 필요한 부분은 어떠한 보탬이 없이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간문화재인 하 촌장은 밀양백중놀이 전수자다. 앞서 하 촌장은 지난 14일 이씨의 성추행 파문에 대해 “이윤택 예술감독이 스스로 전부 내려놓기로 결론을 내렸고, 축제는 밀양시 정책과도 관련이 있는 만큼 그가 없더라도 행사 자체는 예년대로 잘 준비해서 치러낼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씨에 이어 하 촌장까지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되자 온라인에선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 촌장이 19일 평창동계올림픽 페스티벌파크 강릉에서 공연을 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항의전화를 독려하기도 했다.
한편 이씨는 19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무릎을 꿇고, 제 죄에 대해 법적 책임을 포함해 어떤 벌도 받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반면 성폭행 의혹에 대해선 “강제성이 없었기 때문에 성관계를 가졌어도 성폭행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한국극작가협회는 지난 17일 이씨를 제명한 상태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