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죄”… 성폭행은 강력 부인 (영상)

입력 2018-02-19 10:56
사진=노컷V

이윤택(66) 연극 연출가가 자신에게 성추행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거듭 사죄한다”면서도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씨는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피해자 분들께 사죄드린다”며 공개 사과를 했다. 이날 이씨는 “연극계 선후배에게 죄송하다. 그 어떤 벌도 달게 받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씨는 성폭행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이씨는 “성폭행은 인정할 수 없다”며 “이 사실의 진위 여부는 만일 법적 절차가 진행된다면 성실히 조사에 임해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 기자가 “피해자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거냐”고 묻자 이씨는 “서로 생각이 다를 수 있다. 성관계가 강제는 아니었다”고 했다. 앞서 여성 연극인 김보리(가명)씨는 이씨로부터 성폭행을 당했다는 폭로 글을 1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이씨는 또 자신에게 성추행 또는 성폭행을 당한 피해 여성이 몇 명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당사자에게 직접 사과할 용의가 있다. 피해 여성의 이름을 알고 있지만 밝히지는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씨는 자신이 예술감독으로서 이끈 극단 ‘연희단거리패’ 단원들이 본인의 만행에 계속 항의했다고 전했다. 이씨는 “18년 가까이의 극단 생활에서 관습적으로 일어난 아주 나쁜 행태다. 내가 이게 나쁜 죄인지 모르고 저질렀을 수도 있고 죄의식을 가지면서 더러운 욕망을 억제하지 못해서 생겼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단원들이 공범은 아니다. 이 사실을 안 몇몇 단원들은 계속 내게 항의했다”고 말했다. 이씨는 또 “(단원들이) 문제 제기를 하면 나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다시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하고 같은 일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이씨의 성추행은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가 “이씨가 극단의 여성 단원들을 불러 안마를 핑계로 자신의 성기 주변을 만지게 하는 등 노골적인 행위를 강요했다”고 14일 SNS에 폭로하며 드러났다. 이후 연희단거리패 출신 단원들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연달아 폭로하며 파문이 일었다. 한국극작가협회는 “이윤택 회원을 제명한다”며 “이윤택이 권력을 악용한 사태를 묵과할 수 없다”고 17일 공지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