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66) 연극 연출가에게 성추행·폭행을 당했다는 폭로가 잇따르는 가운데 ‘연희단 거리패’ 출신 배우가 추가 고발에 나섰다. 연희단 거리패는 이씨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극단이다. 이 배우는 “이윤택 연출뿐만 아니라 유명 배우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지인들에게 피해가 갈 수 있어 실명을 언급할 순 없다”고 주장했다.
배우 A씨는 “난 피해자이자 침묵한 자”라며 연기를 시작한 후 본인이 성추행을 당하거나 동료의 피해 사실을 목격하고도 침묵해야 했던 상황에 대한 폭로 글을 18일 페이스북에 게시했다.
A씨는 먼저 대학 시절 대학로 연극에 출연했다가 한 선배에게 성추행 당한 사실을 고발했다. 그는 “대학로에서 처음 참여한 연극 공연 후 뒤풀이 자리에서 막내이기 때문에 술을 많이 마셨다”며 “정신을 차려보니 한 선배가 모텔에서 내 귀를 핥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불편합니다’라고 하며 그를 밀쳐냈다”며 “그는 힘으로 날 제압하려 하다가 옆방으로 돌아갔다”고 덧붙였다.
A씨는 “문을 걸어 잠근 후 손을 벌벌 떨다 잠이 들었다”며 “다음날 선배이자 남자친구였던 사람에게 말하자 ‘대학로에서 여배우 하려면 이런 일쯤 견뎌야 한다’고 오히려 힐책했다”고 했다. A씨는 “난 아직도 지인들이 피해입을까 봐 (날 성추행 한) 선배 이름을 공개할 수 없다”며 “그는 당시에도, 현재도 유부남이고 이름을 대면 알만한 배우다”라고 밝혔다.
A씨는 이윤택 연출에게 강제로 ‘안마’를 해야 했던 일도 전했다. 이씨의 성추행을 처음 폭로한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는 “이씨가 여자 단원에게 안마를 시키며 성기 주변을 만지게 하는 등 노골적인 행위를 요구했다”고 14일 페이스북에 주장했다. A씨 역시 안마를 목적으로 이씨에게 종종 불려가야 했다. A씨에 따르면 이씨는 연기 지도를 하며 A씨 가슴과 성기에 손을 얹는 등 몸을 더듬었다.
A씨가 후배들 또한 이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몇 년이 흐른 뒤였다. A씨는 “연희단 거리패 작품에 출연하던 때 후배 한 명이 이씨에게 안마하는 동안 수음을 해줘야 해서 힘들다는 고민을 털어놨다”며 “얘기를 듣고 나서 화만 냈을 뿐 그날 저녁 난 공연을 하러 갔다. 그 애의 모습은 죄책감이란 이름으로 내게 남았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 난 극단을 완전히 그만뒀다. 그 애는 한참을 극단에 남았다”고 덧붙였다.
A씨는 “항상 ‘왜 모두가 가만히 있지?’라는 의문이 있었다”며 “나 역시 그 의문에 답을 포기한 사람이었다”라고 했다. 그는 “극단에 아직 내 지인들의 밥줄이 달렸지만 또 다른 지인 중엔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상처받은 사람도 있다”며 “더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지금부터는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