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다 그리고 고맙다, 빙속 여제!’
이상화(29)의 마지막 올림픽 레이스는 숨이 멎도록 아름다웠다. 37초33. 이 짧은 레이스를 펼치기 위해 그는 오랜 시간 부상과 싸웠고, 부담감과 싸웠고, 자신과 싸웠다. 그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아쉬움을 눈물로 쏟아 보냈다. 그가 있어 국민들은 행복했다.
이상화는 18일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에서 2위에 그쳤다. 하지만 관중은 자신의 4번째 올림픽에서 3연패라는 대기록에 도전한 이상화에게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금메달은 일본의 라이벌 고다이라 나오(36초94)가 가져갔다.
이상화는 아리사 고(일본)와 함께 전체 16개 조 가운데 15조에 배정됐다. 이상화는 100m를 10초20으로 가장 빨리 주파했다. 하지만 뒷심이 달린 바람에 고다이라를 넘지 못했다.
평창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고려하고 있는 이상화는 전날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이겨내리라! 지금까지 견뎌 온 역경과 한계를’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짧은 글 속에 그의 올림픽 여정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가했던 2006 토리노 동계올림픽 여자 500m에서 5위에 올랐다. 당초 그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은퇴하려고 했다. 마지막이라 생각했던 밴쿠버올림픽 여자 500m의 목표는 3위였다. 그런데 세계기록을 가지고 있던 예니 볼프(독일)를 꺾고 아시아 여자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후 계속 정상을 질주했다. 그러자 주변에서 2014 소치 동계올림픽에 도전해 보라고 격려했다. 그렇게 소치올림픽에 또 출전해 2연패에 성공했다.
선수로서 이룰 수 있는 것을 다 이룬 이상화는 정상에서 선수생활을 그만두려 했다. 하지만 조국에서 열리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 나서기 위해 또 은퇴를 미뤘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에 시달리던 그는 소치올림픽 후 종아리 부상까지 당했다. 통증이 심했고, 다리가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보고 재활과 훈련을 이어갔다.
이상화가 위대한 선수인 이유는 단지 성적 때문이 아니다. 그는 누구보다 훈련과 자기관리에 철저했다. 남자 선수들과 함께 훈련하며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여름엔 자전거를 타고 산악을 오르내리고, 무거운 바벨을 어깨에 메고 씨름을 했다. 이상화는 몸을 가볍게 하기 위해 식사도 조절했다. 이상화를 지도한 코치들은 “이상화는 정신력이 강하고 성격이 담대하다”고 입을 모은다. 체력과 기술 외에 불굴의 정신력이 있었기에 이상화는 세계 최고가 될 수 있었다. 이상화는 평창올림픽에서 3연패 달성에 실패했지만 끊임없는 도전으로 국민들에게 큰 희망을 안겼다.
강릉=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