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컬링 대표팀이 18일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예선 5차전에서 중국을 12대 5로 완파했다. 이로써 예선전적은 4승 1패가 됐다.
컬링은 예선에서 10개 참가국이 한 차례씩 맞붙고 상위 4위에 들어야 4강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할 수 있다. 앞서 여자 대표팀은 세계랭킹 1위 캐나다와 2위 스위스, 4위 영국을 꺾고 아시아 라이벌이자 2010 밴쿠버동계올림픽 동메달을 딴 세계랭킹 10위 중국까지 제치며 메달 청신호를 밝혔다.
4년 전 처음 참가한 소치동계올림픽에서 종합 8위를 기록하며 컬링이라는 낯선 종목을 대중에게 알린 이들. 여자 컬링 대표팀의 매력을 보여주는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① ‘놀 게 없어서’… 컬링 대표팀이 탄생했다
여자컬링 대표팀은 스킵 김은정, 서드 김경애, 세컨드 김선영, 리드 김영미, 후보 김초희로 구성돼 있다. 김은정과 김영미는 의성여고 동갑내기, 김선영과 김경애는 의성여중 동갑내기 친구다. 김영미와 김경애는 자매 사이다.
김은정은 친구 김영미와 ‘딱히 놀거리가 없어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했다. 마침 경상북도 의성에 국내 최초 컬링 전용경기장이 생긴 것이 계기였다고 한다.
김영미의 동생 김경애는 언니의 경기를 구경하러 갔다가 컬링에 발을 들이게 됐다. 이후 김경애는 교실 칠판에 ‘컬링할 사람’이라고 적어 선수를 모집했는데, 이를 본 친구 김선영이 응답했다. 네 사람은 경북체육회 실업팀 소속 컬링 선수가 됐고, 2015년 고교 유망주 김초희가 합류하면서 지금의 ‘팀 킴’이 완성됐다.
② 감독까지 金씨, 가족 아니에요?
보통 컬링은 스킵의 이름을 따서 팀 이름을 짓는다. 캐나다 여자컬링 대표팀은 스킵인 레이첼 호먼의 성을 따라 ‘임 호먼’이라고 부른다. 한국 역시 스킵 김은정의 성을 따서 ‘팀 킴’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여자 컬링 대표팀은 선수 5명과 김민정 감독까지 모두 김씨다. ‘팀 킴’이 사실상 선수와 감독 모두를 대표하는 이름이 된 셈이다. 대표팀 내에서 자매는 김영미와 김경애뿐이지만 외신들은 6명 모두 가족관계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미국 스포츠 매체 ESPN은 17일 여자 컬링 대표팀의 성이 같은 이유를 분석하며 “평창 올림픽 121명 선수 가운데 34명이 김씨다. 전체의 28%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③ 아침 먹다가 지은 영어 이름
선수 모두 성이 같기 때문에 스킵 김은정은 스위핑 방향을 지시할 때 성 대신 “영미” “선영이”라고 이름을 부른다. 그래도 외국인들이 이름을 구분하기 어려운 게 사실. 그래서 여자 대표팀은 각자 영어 애칭을 지었다.
김은정은 ‘애니’, 김경애는 ‘스테이크’, 김선영은 ‘써니’, 김영미는 ‘팬케이크’, 김초희는 ‘쵸쵸’다. 김민정 감독은 “어느 날 함께 아침을 먹다가 별명을 정했다”며 “그때 먹은 음식이 그 선수의 별명”이라고 소개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사실이다. 김은정은 당시 요거트를 먹고 있었는데 요거트 상표가 ‘애니’였다. 김경애는 고기를 좋아해서 ‘스테이크’, 김선영은 달걀 프라이 요리인 써니 사이드 업에서 ‘써니’를 따왔다. 김영미는 팬케이크를, 김초희는 초콜릿 과자를 먹고 있었다고 한다.
④ 여자 대표팀의 라이벌은 의성 마늘?
여자 대표팀 5명 가운데 4명이 경상북도 의성군 출신이다. 대표팀은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평창에서 메달을 따면 의성 마늘보다 유명해 지지 않을까”라고 포부를 드러냈다. 의성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지만,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서 의성 마늘보다 이름을 알리겠다는 귀여운 바람이다.
의성 출신이라는 이유로 팬들이 붙여준 팀 별명도 대부분 마늘과 연관 돼 있다. 마늘 콘셉트 레스토랑 ‘매드 포 갈릭(Garlic, 마늘)’에 빗댄 ‘매드 포 컬링’,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 별명인 ‘갈락티코’에 빗댄 ‘갈릭티코’ 등이다.
선수들 역시 이를 즐기는 듯하다. 이들은 팀의 영어 이름을 묻는 단번에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역시 ‘팀 갈릭’ 아닐까요?”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