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혼수상태 아내를 둔 할아버지의 순애보

입력 2018-02-18 16:31
하이닝데일리

올해로 79세. 중국 저장성 하이닝시의 구모 할아버지에게 가장 중요한 일과는 ‘아내를 보러가는 것’입니다. 아내는 한 종합병원 중환자실에 누워 있습니다. 아내와 대화를 나눌 수도 눈을 맞출 수도 없지만 할아버지는 아내의 손을 잡고 얼굴을 쓰다듬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했습니다.

중국 하이닝 데일리는 최근 이 노부부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할머니(75)는 3년 전 뇌출혈로 의식을 잃었습니다. 그날부터 할아버지의 간병생활이 시작됐습니다. 할아버지가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들를 수 없었던 사흘을 제외하고 매일 같이 아내를 만나러 갔다고 합니다.

허락된 면회시간은 딱 30분입니다. 이 시간을 이용해 할아버지는 매일 아내와 ‘혼잣말’ 같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두 아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지 시시콜콜 들려주기도 했고, 부부의 러브스토리나 왕년에 할아버지가 겪었던 일을 풀어놓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답할 수 없었지만 할아버지는 아내가 듣고 있을 거라 믿었습니다.

사실 할머니가 깨어날 수 있을지 의료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아내를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실낱 같은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반평생 사랑한 아내가 깨어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이 할아버지 인생에 남은 유일한 다짐입니다.

하이닝데일리

그러던 어느 날, 의료진은 구 할아버지가 할머니 손에 반지를 끼워주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할아버지는 “여보, 오늘 따라 당신이 더 예쁘네”라고 나지막이 읊조렸답니다. 할아버지의 순애보를 오랫동안 지켜봐온 장옌옌 간호사는 이 반지를 보고 19일이 노부부의 50번째 결혼기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50주년을 맞이해 할아버지가 조촐한 이벤트를 준비한 거였습니다.

할아버지가 준비한 반지와 편지. 하이닝데일리

간호사는 의료진을 모아 ‘조금 더 특별한 행사’를 기획했습니다. 병실을 동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답게 꾸미고 할아버지에게 검정 턱시도와 빨간 장미 한 다발을 건넸습니다. 할아버지는 감격했습니다. 다시 한 번 할머니 손가락에 결혼반지를 끼워주며 ‘영원한 사랑’을 맹세했습니다. 그 옆에 나란히 선 의료진은 이 모습을 지켜보며 눈물을 훔쳤습니다.

함께 해온 50년, 그리고 남은 인생 모두.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고 또 사랑할 것입니다. 행복한 결혼은 약혼한 순간부터 죽는 날까지 지루하지 않은 긴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할아버지의 사랑이 할머니의 마음에 닿고 있을까요? 노부부의 행복한 내일을, 할머니의 쾌유를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