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 피해자가 국가배상 소송에서 처음 승소했다. 법원이 국가의 감염병 관리 실패를 인정하고 그 책임을 물었다. 메르스 피해자가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이 내려지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방법원 제4민사부는 최근 메르스 30번째 감염자 A씨가 정부를 상대로 진행해온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정부는 A씨에게 10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18일 밝혔다. 경실련은 A씨와 함께 이 소송에 참여했다.
A씨는 2015년 5월 22일 골절 치료를 위해 충남 대전시 대청병원에서 입원 도중 메르스에 감염됐다. 메르스 1번 환자가 발생했던 경기도 평택시 평택성모병원에 입원했다가 대청병원으로 옮긴 16번 환자에게 감염된 것으로 추정됐다.
A씨는 국가가 감염병의 결과를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음에도 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감염병이 전파된 뒤에도 확산 방지 의무를 소홀히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경실련은 A씨 승소와 관련해 “국가의 감염병 관리 실패 책임을 인정하고 피해 국민에게 위자료 지급을 결정한 첫 판결”이라며 “재판부의 결정을 환영하며 감염병의 예방과 관리를 위해 공공의료 확충과 인력 양성 등 근본적인 정책을 마련토록 정부에 요구한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달 38번째 환자 유족이 제기한 국가배상 소송에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재판부는 “의료진의 조치가 지연됐다고 할 수 없고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정부의 과실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