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의 적수는 없었다. 17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결승에서 가장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친 건 최민정(20·성남시청)이었다. 2분24초948의 기록으로 가장 먼저 골인한 최민정은 여자 500m 결승에서 겪었던 아픔을 시원하게 날리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 활약에 외신은 물론 경쟁자들까지 뜨거운 반응을 쏟아 냈다.
최민정은 지난 13일 쇼트트랙 여자 500m 결승에서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실격 판정으로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캐나다의 킴 부탱을 추월하던 중 손으로 무릎을 건드려 임페딩 반칙을 했다는 게 이유였다. 그래서일까. 17일 열린 여자 1500m 결승은 더욱 지켜보는 국민들의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결과를 받아들이고 나머지 경기에 집중할 것”이라던 자신의 말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최민정은 예선부터 확실한 ‘클래스의 차이’를 보여줬고, 결승전 마지막 레이스에서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경쟁자들을 제쳤다. 마지막 3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치고 나온 최민정의 모습은 분노의 질주를 연상케 했다. 최민정은 2위와 격차를 벌린 뒤 그대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의 질주에 세계는 감탄했다. 미국 NBC는 나흘 전 500m 결승을 언급하며 “실격의 아픔을 완벽히 이겨냈다”고 표현했다. 이어 “경쟁자들을 마지막 2바퀴로 눌러버렸다”고 전했다. 영국 BBC도 “압도적 우승”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미국 UPI 통신은 최민정의 활약을 ‘무서운 질주’라고 표현하며 “마지막 2바퀴에선 ‘기어 변속’을 한 것 같았다”고 했다. “최민정이 결승선을 통과할 때 그의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일본도 박수를 보냈다. 지지통신은 “올 시즌 월드컵에서 세 차례 우승한 최민정이 압권의 레이스를 펼쳤다”며 “뛰어난 가속으로 4위에서 선두까지 올라서더니 그 자리를 끝까지 지켜냈다”고 말했다. 이어 “만 19세밖에 되지 않은 최민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감격했다”고 덧붙였다.
최민정의 무서운 추월을 직접 경험한 중국의 리진위도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경쟁자에 대한 칭찬을 늘어놨다. 그는 “최민정에게 배울 점이 많았다”며 “(최민정은) 멘탈이 매우 강하고 전략이 상당히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정말 뛰어난 선수”라고 말했다.
자신의 올림픽 첫 메달을 목에 걸며 부담감을 날린 최민정은 20일 여자 3000m 계주 결승에 나선다. 같은 날 여자 1000m 예선도 함께 치르며 22일 있을 결승에 도전한다.
문지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