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북한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들의 메시지를 기다리는 중이다.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게 할 당근? 그런 건 없다.”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밝힌 미국의 대북 스탠스는 이렇게 요약된다. 북한이 원하면 대화를 할 텐데 이를 먼저 요구할 생각은 없으며 따라서 대화 테이블에 끌어내려 ‘당근’을 제시할 의사도 없다는 것이다. 미 CBS방송은 18일 그가 자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이 같은 입장을 설명했다고 방송 예고편을 통해 공개했다.
틸러슨 장관은 외교를 총괄하는 국무장관 입장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을 설명했다. “국무장관으로서 내 임무는 우리 채널이 열려 있다는 것을 북한이 알게 하는 일”이라며 북핵 해결을 위한 대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맞춰 방한했던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압박’ 일변도의 강경한 자세를 보였던 것과 차이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나는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여러 번 강조하며 “지금으로선 북한에 해줄 말이 없기에 메시지를 보내지 않고 있다. 그들이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알려오기를 귀 기울여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대화 테이블에 앉을지 말지는 북한의 선택에 달려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에 “(북한이 대화 테이블에 나오려 하는지를) 어떻게 알 수 있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틸러슨 장관은 “그들이 내게 말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그들에게서 여러 경로로 메시지를 받는다. 우리가 첫 대화를 어떻게 시작하고 싶어 하는지는 매우 명백하다. (준비가 되면) 그들이 내게 말할 것이다.” 역시 대화 개시를 위한 ‘공’이 북한 쪽에 넘어가 있음을 강조한 표현으로 해석된다.
틸러슨 국무장관은 “북한이 대화에 나오도록 설득하기 위한 당근을 갖고 있지 않다”고 못 박았다. 대신 “커다란 채찍을 들고 있다”며 “북한은 이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채찍을 통한 압박 정책이 “북한을 갉아먹고 있다”며 경제적 제재의 효과가 분명히 나타나고 있음을 언급했다.
틸러슨 장관은 최근 이집트를 방문했을 때도 “북한은 대화를 위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대화할 때를 결정하는 것은 북한에 달려 있다. 대화를 진행하기 전에 당사자들이 실제로 의미 있는 대화를 할 준비가 돼 있는지를 확인하는 몇 가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태원준 기자 wjt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