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부자’ 서이라, “기승전랩인데 경기 다 끝나고 보여드리겠다”

입력 2018-02-17 23:37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서이라가 17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후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에 선 모습. 강릉=김지훈 기자

“기승전랩인데 생각나는 게 없어 다음에 경기 다 끝나고 보여드리겠다.”

‘흥부자’ 서이라는 동메달을 목에 건 직후 기쁨을 드러내며 밝은 표정이었다. 동메달의 기쁨을 자신이 즐기는 랩으로 표현해 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그는 올림픽에 최선을 다한 후 모든 경기를 마치고 보여주기로 약속했다. 평소 랩을 하며 대표팀 분위기를 띄운다고 알려진 서이라는 지난해 7월 미디어데이 때 다이나믹 듀오의 ‘야유회’를 부르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 경기에 대한 질문에는 웃음기보다는 진지함으로 최선을 다하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서이라는 17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 결승에서 1분33초619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자신의 생애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준준결승에서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는 후배 임효준, 황대헌과 치열한 경쟁을 벌였고, 결승에서도 치열한 몸싸움 끝에 넘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얻어낸 메달은 서이라에게 더욱 값진 의미였다.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임효준(왼쪽)과 서이라가 17일 강원도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충돌하고 있다. 뒤늦게 일어난 서이라는 동메달을 획득했고, 임효준은 아쉽게 4위에 머물렀다. 강릉=김지훈 기자


이날 경기를 마친 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서이라는 “넘어지기도 했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한국에서 열린 첫 동계올림픽이고, 제게도 첫 동계올림픽 메달이기 때문에 정말 기쁘다”며 “저 혼자만의 힘으로 이룬 게 아닌 김선태 쇼트트랙 대표팀 감독과 코칭스태프들, 그리고 박기우 트레이너를 비롯한 트레이너팀이 도움을 주셔서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기장을 찾은 관중, TV 중계를 보며 응원한 시청자들, 기도로 응원해준 모든 사람에게 감사함도 전했다.

결승 넘어진 상황에 대한 질문에 서이라는 “헝가리의 샤오린 산도르 리우가 인코스로 무리하게 들어오면서 넘어졌고 정확히 보진 못했지만 임효준 선수가 걸린 것 같다”며 “임효준선수가 넘어질 때 제가 걸린 거 같은데 쇼트트랙 경기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니 받아들였다”고 답했다. 이어 그는 경기 후 임효준의 등을 두들겨주며 “수고했고 괜찮냐고 물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어려운 경기를 묻는 말엔 서이라는 “(임효준 황대헌과 같은 조로 맞붙은)준준결승이 제일 힘이 들었다”며 “‘결승에서 후배들을 만난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들어가기 전에 세 명끼리누가 올라가든 축하해주자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황대헌 선수에게 아쉬움이 조금 보인다. 아직 경기가 남았기 때문에 더 좋은 일이 일어날 수도 있고 위로해 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서이라는 “하나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고 말했다. 남은 쇼트트랙 남자 500m에 대해서는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따를 거 생각한다”며 의지를 다졌다.

또 분위기가 좋은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비결에 대해 서이라는 “맏형인 (곽)윤기형이 후배들을 편하게 대해주고 품고 함께 하려고 많이 노력을 해준 덕분이다”며 “그러면서 팀워크가 좋아진 거 같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숙소 복귀 후 하고 싶은 것에 대해 서이라는 “(선수촌 밥이 맛있지만)똑같은 밥 매일 먹으면 물린다. 오늘은 라면에 밥 말아 먹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상헌 기자 kmpap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