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쿠르스는 영원한 우상” 윤성빈, 겸손하지만 자신감은 넘쳤다

입력 2018-02-16 15:20
윤성빈이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시상식에서 수호랑 인형을 머리 위로 든 채 웃고 있다. 평창=윤성호 기자

16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남자 스켈레톤 경기가 열린 올림픽슬라이딩센터. 스켈레톤 세계랭킹 1위 윤성빈은 마침내 금메달을 따내며 최강자로 발돋움했다. 그것도 2010년부터 8년간 랭킹 1위였던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를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완벽히 꺾고 우승했다. 이에 ‘윤성빈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왔다.

정작 윤성빈은 무덤덤했다. 그리고 겸손했다. 윤성빈은 “두쿠르스는 제가 평소에 가장 닮고 싶은 선수였다. 제 시대가 오고 (두쿠르스)그의 시대가 갔다는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두쿠르스는 여전히 저에게 우상으로 남아 있고, 스켈레톤계에 영원히 남을 선수다. 앞으로도 보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성빈은 이번 대회 남자 스켈레톤 1~4차 시기에서 모두 1위의 성적을 내며 금메달을 따냈다. 경기 초반 성적이 좋아서 자만했다면 흔들릴 수 있었을 터다. 그러나 윤성빈은 마지막까지 한결같은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임했다. 그는 “4차 시기에도 처음 1차 시기 경기 때의 생각을 가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1~4차에서 모두 좋은 기록이 나온 것 같다”며 “3차 시기부터 경쟁자들과 기록 차이가 난다는 이유로 안주했다면 정말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 몰랐을 것이다”고 전했다.

겸손하면서도 그는 자신감이 넘쳤다. 윤성빈은 “지난달 홈 트랙 훈련을 하면서 자신감이 늘었고 (메달에 대한)확신이 생겼다. 저희 팀끼리 훈련해서 올바르게 가고 있는지 알 수 없어 걱정이 되긴 했는데 결과적으로 잘해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메달을 따는 것은 모든 선수의 목표이기에 부담은 없었다. 그동안 저는 맡은 일에 충실했다”며 “아예 재능이 없었다면 여기까지는 못 왔을 것이고, 지금 우리 팀이 있었기에 메달 획득이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윤성빈은 2012년 스켈레톤에 입문해 6년 만에 올림픽 최정상에 섰다.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강인한 자기 확신과 겸손함을 두루 갖춰 노력한 끝에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이라는 새 역사를 장식했다.

평창=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