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언맨’ 윤성빈(세계랭킹 1위)이 한국 썰매 종목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윤성빈은 시종일관 경쟁자들을 압도하는 레이스를 선보이며 한국 썰매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아시아로 범위를 넓혀도 올림픽 썰매 금메달을 차지한 선수는 윤성빈 뿐이다.
윤성빈은 16일 강원도 평창 올림픽슬라이딩센터에서 열린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스켈레톤 남자 4차 주행에서 50초02로 트랙 신기록을 세우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로써 윤성빈은 1~4차 합계 3분20초55로 가장 빠른 기록을 작성하며 금메달을 손에 쥐었다.
한국 선수단은 4년 전 소치올림픽까지 총 53개의 메달을 따냈다. 하지만 메달은 모두 빙상 종목(쇼트트랙, 스피드, 피겨)에서 나온 것이었다. 윤성빈은 썰매 종목인 스켈레톤에서 한국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따내며 본격적인 성공 시대를 예고했다.
전날 1~2차 주행에서 합계 1분40초35로 1위에 올랐던 윤성빈은 이날 오전 3차 주행에서 50초18의 기록을 써내 선두를 유지했다. 1~3차 합계 기록은 2분30초53이었고, 세 차례 레이스를 하면서 스타트를 비롯한 전 구간 측정기록에서 단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
시작부터 끝까지 압도적인 경기였다. 최대 라이벌인 ‘스켈레톤 황제’ 마르틴스 두쿠르스(라트비아)는 3차 시기까지 합계 2분31초55로 윤성빈보다 1.02초나 뒤졌다. 윤성빈이 4차 시기에서 실수만 하지 않으면 금메달을 따는 상황이 됐다. 4차 시기에서 윤성빈은 실수 하나 없이 물 흐르듯 트랙을 타고 내려와 피니시라인에서 주먹을 불끈 쥔 채 포효했다. 이어 눈시울이 붉어진 채 관중들을 향해 큰절을 했다.
윤성빈은 각 시기마다 트랙 신기록을 작성했다. 전날 1차 시기에서 윤성빈은 50초28로 지난해 3월 두쿠르스가 세운 50초64를 0.36초나 단축해 트랙 신기록을 세웠다. 2차 시기에서는 50초07로, 4차 시기에서 50초02로 다시 한 번 자신이 세운 기록을 앞당겼다. 2차 시기 스타트에서는 4초61을 기록, 개인 스타트 최고 기록마저 갈아 치웠다.
2012년까지만 해도 평범한 고등학생이었던 윤성빈은 스켈레톤 입문 6년 만에 세계 최정상에 섰다. 강광배 MBC 해설위원은 “평창올림픽에서 윤성빈이 금메달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세계 남자 스켈레톤은 2022년 열리는 베이징동계올림픽까지도 윤성빈의 시대가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평창=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