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 싶어요” 강한, 친부모에게 전한 설인사 [인터뷰]

입력 2018-02-16 06:00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를 은퇴하고 모델 도전에 나선 강한. 사진=본인 제공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를 은퇴하고 모델 도전에 나선 강한(21)이 설날을 맞아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에게 설인사를 전했다. 또 자신을 가족처럼 대해주는 동생 황두연(19)군 가족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보냈다.

최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를 고백한 뒤 운동을 그만두고 모델에 도전장을 내민 강한을 인터뷰를 통해 만났다.

강한은 1월 8일 어린시절 보육원에서 당한 폭력으로 생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운동과 국가대표를 그만두겠다고 밝혔다. 부산 동의대학교 체육학과에 재학 중인 그는 현재 부산으로 내려와 학업과 모델 준비를 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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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반, 설렘 반”

강한은 “방학을 맞아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여유롭게 인사를 보냈다.

그는 “처음엔 (국가대표를) 계속 하려고 했다”며 갑작스럽게 은퇴 선언을 하게 된 뒷얘기를 털어놨다. 그는 “어떻게든 아시안 게임까지 버티고 싶었다. 하지만 8월 달까지 훈련을 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숙소 생활 자체가 큰 고통이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용기를 내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모델 일을 도전한다는 게 솔직히 두렵다. 잘 안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한다”며 “설렘 반, 걱정 반”이라고 솔직한 속내를 밝혔다.

강한은 은퇴 선언을 했던 당시를 회상하며 “아시안 게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발표한 은퇴 선언에 주변에서 많이 아쉬워했다”며 “하지만 ‘건강을 위해 그만뒀다’는 말을 듣고 다들 이해를 해줬다. 또 ‘어떤 일을 해도 성공할거라’며 모델 도전을 응원해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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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선수를 그만둔 강한은 현재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188㎝ 큰 키와 넓은 어깨, 황금 비율의 몸매가 그의 장점이다.

강한은 “어렸을 때부터 런어웨이를 걷는 모델들을 보며 ‘나도 무대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운동을 그만둔 지금이 하고 싶었던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여겼다”고 모델을 도전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개념 있는’ 모델이 되고 싶다. 어디서든 성실하고 예의바르게 모델 일을 하고자 한다”며 “모델 출신 배우 이종석이 롤모델이다. 드라마 ‘학교2013’을 보면서 팬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하고 싶은 모델은 교복 모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강한은 연예계로 나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종적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목표”라며 “유명해진다면 부모님을 찾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는 카바디 국가대표 선수 시절에도 국제 대회에서 메달을 따고 유명해지면 자신을 버린 부모님이 다시 찾아주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운동에 매진했다.

강한의 어린시절 모습. 사진=본인 제공

“나에게도 가족이 생겼어요”

강한은 친부모를 언급하며 힘들었던 보육원 생활을 털어놨다.

1998년 1월 1일 부산의 한 병원에서 태어난 강한은 미혼모였던 어머니에 의해 보육원에 맡겨졌다. 보육원에서 보낸 어린시절은 강한에게 아픈 기억이다.

그는 중학교 때 보육원 형들에게 이유 없는 폭행을 당했으며, 육상부를 가입한 뒤엔 선후배 위계질서를 세운다는 명분하에 육상부 선배들에게도 폭행을 당했다. 보육원을 옮기면서 폭행은 사라졌지만,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그는 성인이 된 지금도 “온몸에 피멍이 들었던 끔찍한 그 때의 기억이 떠오른다”며 심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강한은 “지금은 병원을 다니면서 약물 치료를 하고 있다”며 “어렸을 때부터 앓은 병이라 치료가 쉽지 않다. 혼자 힘들어하고 괴로워해 병을 키웠다”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단기간에 치료하기 힘든 병이라 크게 나아지지는 않았지만, 꾸준하게 치료를 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완치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황두연 군의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강한. 사진=본인 제공

그러면서 강한은 주변에 응원 덕분에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다며 가장 힘이 되는 사람으로 황두연 군과 그의 가족들을 꼽았다. 그는 SNS를 통해 황두연 군의 가족들과 함께 찍은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8월쯤 발목 부상을 당해서 재활센터를 다녔는데 그곳에서 두연이를 만났다. 재활이 끝날 때쯤 친해졌다”며 “지금도 꾸준히 연락하며 가족처럼 가까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두연이의 부모님들도 너무 잘해주신다. 주말이나 명절 때마다 집에 초대를 해줘서 너무 고맙다. 2017년 연말에도 같이 시간을 보냈다”며 “함께 식사도 하고, 나들이도 다니고 두연이와 두연이의 부모님은 내겐 가족 같은 존재”라고 황두연 군의 가족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황두연 군 가족과 강한. 사진=본인 제공

그는 이번 설날에도 찾아갈 계획이라며 “항상 가족처럼 챙겨줘서 감사하다. 힘들고 외로운 시간이 많았는데 황두연 군 가족을 만나 힘을 낼 수 있었다”고 설인사를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황두연 군의 가족뿐만 아니라 운동선수 동생들과 부모님들 전부에게 감사하다. 항상 응원해주시고 집에 초대해 맛있는 음식을 해주셔서 너무 행복하다”고 밝혔다.

그는 희락원(보육원) 선생들과 동의과학대학교 스포츠 재활센터 사람들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며 “중3때 시설을 옮기면서 희락원 선생님들의 도움으로 운동을 계속 할 수 있었다. 부상을 당했을 땐 동의과학대학교 스포츠 재활센터에서 지원을 많이 해줘 무척 감사했다”고 말했다.

보육원에 지내던 어린시절 강한. 사진=강한 인스타그램

이어 그는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에게도 설인사를 전했다. 그는 “한 번도 명절 때 뵌 적이 없지만 언젠가는 볼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믿는다”며 “부모님도 명절 때마다 내 생각이 많이 났을 텐데 나는 원망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명절 잘 지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저는 열심히 살겠습니다”고 말했다.

앞서 강한은 1월 1일 생일을 맞아 SNS에 자신을 버린 부모에게 “원망하지 않는다. 나를 낙태하지 않고 낳아줘서 고맙다”는 내용의 편지를 올려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그는 이날 인스타그램에 성장기가 담긴 5장의 사진과 함께 “어딘가에 계실 부모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며 “부모님을 원망하지도 않고 실망하지도 않는다. 나를 낙태하지 않고 낳아줘서 감사하고 사랑한다”고 말했다. 특히 강한은 “부모님도 나를 버렸다고 (스스로를) 원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분명히 사정이 있었을 것이고 많이 힘들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을 버린 부모를 위로했다.

사진=본인 제공

강한은 끝으로 자기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혼자라는 생각에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세상엔 여러분을 응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나에겐 친구들이 큰 힘이 됐다. 힘들고 외로울 땐 친구들과 대화하며 의지를 하는 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여러분을 응원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다시한번 생각해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강한은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엔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2018년 무술년에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원하는 목표 성공할 수 있도록 나도 응원하겠다. 올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한의 휴대폰엔 ‘터널 끝에는 빛이 있다’는 문구가 저장돼 있다. 그는 “3년 안에 모델로 대뷔해 런어웨이에 서는 것이 목표다. 지켜봐 달라”며 “꼭 성공해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 또 성공을 바탕으로 부모님을 찾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