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응원단 아득했던 순간…‘짝퉁 김정은’이 나타난 이유?

입력 2018-02-15 10:15 수정 2018-02-1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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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이 마지막 경기를 치른 14일 강릉 관동하키센터에 ‘짝퉁 김정은’이 나타났다. 그는 북한 응원단이 손에 든 것과 똑같은 한반도기를 들고 활짝 웃었다.

남북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은 이날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일본과 2018 평창 겨울올림픽 조별예선을 치렀다. 그런데 경기 도중 검은색 상·하의를 입고 이마가 훤히 보이는 올백 헤어스타일을 연출한 ‘짝퉁 김정은’이 등장했다. 그는 자신을 “호주에서 온 하워드”라고 소개했다. 하워드는 지난 9일 개회식에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코스프레한 남성과 함께 등장해 화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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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워드의 등장을 지켜본 한국 관중들은 웃음을 터뜨리며 너도나도 카메라를 들었다. 그러나 북한 응원단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몇몇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묻어나기도 했다.

하워드는 이후 호주 매체 ‘선 라이즈’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으로 분장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북한이 아이스하키에 갑자기 끼어든 것을 상기시키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그들을 몰아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호주 '선 라이즈' 방송 캡처

이어 “북한의 응원단 여성들은 매우 아름다웠다”면서도 “그러나 자유의 나라 한국에 왔음에도 그들은 계속 감시를 받는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짜 한국을 보지 못하고 있는 그들에게 최고 지도자로 분장해 나타나 반응을 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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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하워드는 대회 관계자에 의해 경기장 밖으로 쫓겨났다. 그는 AFP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응원단 앞을 걸으면서 손을 흔들었을 뿐인데 남성 3명이 나를 끌어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어 “내 얼굴이 불만이라도 어쩔 수 없다. 나는 법을 어기지 않았고 그저 이렇게 태어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14일 오후 강원도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아이스하키 여자 예선 3차전 남북 단일팀과 일본의 경기가 끝나고 조수지가 이진규를 위로해주고 있다. 뉴시스

한편 단일팀은 일본과 맞붙은 조별예선 B조 3차전에서 1대 4로 패하며 3패로 예선을 마쳤다. 1차전 스위스에게 0대 8, 2차전 스웨덴에게 0대 8로 내리 패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그러나 마지막 3차전에서 고대하던 첫 골이 터지면서 감격스러운 경기를 치렀다.

문지연 객원기자